‘발음’에서 연상되듯이 이들 4개 성인방송국은 각종 성행위와 변태행위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유료로 생중계해온 사실상의 포르노방송국. 지난 5월24일 사이버수사대는 이들 방송국 운영자와 출연자 등 72명을 무더기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4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음란물을 공연하고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이들 4개 포르노방송국은 한동안 막강한 사세를 과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방송국의 경우 유료회원이 무려 16만 명에 달했을 정도. 이들이 지난 1년여 동안 챙긴 부당이득만도 1백36억원대에 이른다. 인터넷 포르노방송국 하나를 세우는 데 3억~4억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니 이들에겐 엄청난 ‘대박 사업’이었던 셈이다.
이들 포르노방송국 운영자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에 서버와 스튜디오를 두고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가장 신경썼던 것은 방송을 통해 성행위를 실연할 이른바 PJ(포르노자키)의 ‘캐스팅’. PJ의 외모와 ‘개인기’ 등에 따라 매출이 좌우됐기 때문이었다. 때론 인기 여성 PJ를 두고 포르노방송국 간에 거액의 스카우트전이 벌어졌을 정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PJ들은 이들 방송국 운영자들에게 닳면 버리면 되는 ‘소모품’이었다. 또한 포르노방송 사이트 회원들에겐 배설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 노리개’에 불과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PJ들은 뒤늦게나마 제자리로 돌아오길 원했지만 이미 그들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포르노방송국 운영자나 모집책 등이 PJ를 구하기 위해 내건 미끼는 바로 돈이었다. ‘시청자’들의 주 타깃인 여성 PJ들에겐 남성 PJ의 배가 넘는 월 1천만원 안팎의 출연료가 제시됐다. 포르노방송국 운영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구인 광고를 내보내거나 직접 유흥가에서 캐스팅하는 식으로 PJ를 구해 해외로 내보냈다. 이렇게 고용된 PJ들은 카메라 앞에서 그룹섹스, 동성애, 파트너 교환섹스 등 실제 성행위를 실연했고 이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여과 없이 생방송됐던 것.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검거된 PJ들은 모두 돈이 목적이었다. 대부분의 PJ들은 섭외단계부터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고 있었다. 어떤 PJ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스스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포르노방송국 운영자였던 안아무개씨(31)의 사례를 통해 PJ들이 포르노방송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안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인터넷 구인광고를 통해 월 3백만~5백만원의 급여를 내걸고 남성 PJ를 선발했다. 주로 에로비디오 출연 경력이 있는 남자배우나 유흥가의 젊은이들이 그 대상이었다. 또 안씨는 쓸 만한 여성 PJ를 구하기 위해 일명 ‘쌈리’, ‘용주골’, ‘청량리588’ 등을 직접 돌며 ‘윤락가 캐스팅’을 했고, 에로배우들을 상대로 출연을 섭외하기도 했다.
특히 안씨는 “종일 힘들게 돈을 벌어 뭐하냐. 하루에 2~4시간만 방송하면 월 1천만원을 주겠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시간을 보장해주겠다”며 여성 PJ들을 끌어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모집된 PJ들이 바로 방송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혹독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안씨는 PJ들을 강원도 P파크 등 콘도에 모아놓고 시나리오 연습과 실기 훈련을 실시했다.
안씨는 PJ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른 인터넷 포르노방송국의 고참 PJ를 데려와 ‘강습’을 맡기고, 해외 포르노방송과 다른 사이트의 포르노방송을 비교·분석해 PJ들의 ‘교본’으로 삼기도 했다. 특히 안씨는 여성 PJ들의 인기가 포르노방송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 때문에 이들에게 소품을 이용한 쇼 등 특별한 ‘개인기’를 기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테스트를 통과한 PJ들은 캐나다 현지로 보내져 본격적인 방송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들은 방송 시작 후 한 달간의 ‘수습기간’을 거치며 또 한 번 걸러졌다. 이 수습기간 동안 체력의 한계를 느껴 녹초가 되어버리는 남성 PJ들이 많았다는 것이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의 전언.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방송을 하자면) 일주일에 하루를 빼고 6일 동안 매일 ‘일’을 치러야 하는데 에로영화의 출연 경력이 많은 남성 PJ들은 (과거에 무리를 해서인지) ‘물건’이 안 좋아 ‘반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가급적 남자 에로배우들을 쓰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반품’이란 표현을 쓴 안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포르노방송국 운영자들은 PJ를 ‘소모품’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이번에 적발된 PJ들은 모두 23명. 이 가운데 상당수는 윤락녀나 에로배우 출신이었다. 하지만 일부 유학생과 미성년자도 끼어 있어 적잖은 충격을 줬다. 특히 여성 PJ 이아무개양(18)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2002년 처음 포르노방송이 인터넷에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PJ들은 모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출연했다. 그러나 일부 PJ들이 사이버상에서 인기를 얻게 되고 팬카페까지 생겨날 정도로 유명해지자 가면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는 PJ들도 등장했다. 지난 4월 말 검거된 여성 PJ ‘딸기’가 대표적인 사례. ‘딸기’는 귀여운 용모로 포르노방송 최고의 인기 스타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이들 ‘과감한 PJ’들은 뒤늦게 ‘얼굴값’을 치르고 있다. 이들의 얼굴을 모르는 ‘색티즌’(色과 네티즌의 합성어)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탓에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포르노방송에 출연한 후 다시 윤락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여성은 경찰조사에서 “찾아오는 손님마다 내 얼굴을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해 곤혹스러운 적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