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KB국민은행이 서울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국세청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4121여 억 원의 법인세·농어촌특별세를 돌려받게 됐다.
재판부는 “대손사유가 현실로 발생했을 때 대손충당금을 손금으로 인식할지, 아니면 현실화 전에 미리 손금으로 인식할 것인지 등 여부는 그 법인 선택에 달려 있다”며 “국민은행의 행위가 위법행위로서 소득신고에 오류·탈루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합병법인인 국민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국민카드의 금전채권을 장부가액에 승계할 수밖에 없다”며 “합병 이후 사업 결산을 하면서 해당 채권에 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서 손금에 산입한 국민은행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3년 9월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한 뒤, 국민카드가 합병 전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았던 대손충당금 9320억 원을 손실로 회계처리해 법인세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은 “회사 손해를 과장해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보고 총 4121억 원의 법인세 등을 부과했다.
그러자 국민은행 측은 대손충당금을 합병 후 회계 처리한 것은 조세부담자의 선택으로 위법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1심과 2심에서도 모두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 설정이 부당한 회계가 아니라는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10월 26일 선고 예정이었지만, 선고가 수차례 연기됐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