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5년…대리 달 듯 상무 단다
반면 일반 직원이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대리 승진 이후 또 4년을 기다려 과장이 되고 약 10년 후 부장을 거친 후 아무 문제없이 임원 승진을 한다고 해도 최소 21년이 필요하다. 물론 21년을 버틴다고 해서 누구나 임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벌 3~4세는 대부분 임원 승진에 문제가 없지만 일반 직원들은 1%에도 못 미치는 확률로 ‘별’을 손에 쥘 수 있다.
현재 30대 그룹 총수 직계 중 승계기업에 입사한 3~4세는 44명인데 이중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40)을 제외한 32명(남자 27명, 여자 5명)이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 중이다. 단 부영 및 영풍은 3~4세 경력이 공개되지 않아 조사에서 제외됐다.
성별에 따라 분류해보면 남자는 평균 28.5세에 입사해 32세에, 여자는 이보다 이른 25.6세에 입사해 29.7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20대 임원’이 당연한 일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들이 임원 승진까지 걸리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남자는 평균 3.5년을, 여자는 4년의 시간 동안 초고속으로 일을 배운 뒤 임원이 됐다.
재벌 3~4세가 입사 후 임원이 되는 경로는 다양했다.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짧지만 그래도 여러 단계를 거쳐 임원에 오르는 경우가 있는 반면 처음부터 ‘별’을 달고 회사에 나타난 이들도 있다. 입사하자마자 바로 임원이 돼 경영에 참여한 재벌 3~4세는 9명(약 33%)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71)의 두 자녀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72)의 장남인 김정한 대성산업 사장(43)과 3남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대표이사(39)도 각각 30세와 31세에 현재 자신들이 맡고 있는 회사의 이사로 선임됐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4)의 장남 조원국 한진중공업 전무(39)도 32세에 임원 승진을 했으며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76)의 3남 이해창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44)은 36세에, 이수영 OCI 회장(72)의 장남 이우현 사장(46)은 37세에 임원으로 바로 입사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59)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최고광고제작책임자(36)와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45)도 임원으로 입사한 경우지만 앞서의 사례와는 사정이 다르다. 박서원 CCO(최고광고제작책임자)는 부사장 급으로 회사에 등장했지만 그전에 본인이 광고회사 ‘빅앤트’를 창업해 실력을 키운 뒤 두산 계열사로 합류했다. 허세홍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에서 약 15년 동안 경력을 쌓은 뒤 2007년 입사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72)의 장남 정지선 회장(42)과 차남 정교선 부회장(40),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9)의 장남 조현준 사장(46)과 3남 조현상 부사장(43)도 입사 후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3)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41)은 2002년 7월 부장으로 입사해 2.5년 만인 2005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59)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37)도 임원 승진까지 2.2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우정 넥솔론 대표(45)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5)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39)도 각각 2년, 3.4년 만에 임원직에 올라 재벌 3~4세 평균 임원 승진기간 보다 빨랐다.
반면 입사 후 임원이 되기까지 10년이 걸린 이도 있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82)의 장남 박정원 회장(52)은 입사 후 10년 만에 임원이 돼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66)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상무(35)가 9.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이 9.4년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4)이 9년,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49)이 9년으로 긴 축에 속했다.
이어 구본무 LG 회장(69)의 장남 구광모 상무(36)가 8.3년이었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76)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44)이 5.8년,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63)의 장남 정기선 상무(33)가 5.8년,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47)이 5.7년, 김승연 한화 회장(62)의 장남 김동관 상무(31) 5년 순으로 오래 걸렸다.
4년이 갓 넘은 재벌 3~4세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69)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39) 4.5년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66)의 장남인 박준경 상무(37)이 4.1년이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