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 vs “공갈 협박” 전면전
클라라가 폴라리스의 이 아무개 회장이 자신에게 보냈다고 증거로 제시한 카톡 메시지(위)와 폴라리스 측의 입장. 채널A 뉴스 화면 캡처.
클라라의 피소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 18일이다. 당시 몇몇 연예계 관계자는 “클라라가 며칠 전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조심스럽게 밝혔고, 이 사실은 곧 기사화됐다. 의구심이 퍼진 건 그 이후부터다. 클라라의 피소 혐의는 다름 아닌 이 회장을 상대로 했다는 공갈 협박으로 드러났기 때문. 20대 연예인이 회사 회장인 60대 기업인을 협박했다는 혐의가 선뜻 납득되지 않은 상황에서 클라라는 물론 폴라리스 측은 피소 및 고소 사실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이달 14일. 클라라가 이 회장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12월 23일 서울중앙지검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양측의 날선 공방을 시작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클라라는 지난해 6월 폴라리스와 에이전시 독점 계약을 맺었다. 일반적인 연예인 전속계약보다 좀 느슨하게 이뤄지는 에이전시 계약을 통해 폴라리스는 클라라에게 영화 및 광고 출연을 지원하기로 했다. 계약 기간은 2018년까지였다.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불과 3개월 만에 활동에 대한 이견을 보였고 비슷한 시기 폴라리스는 클라라에 서너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된 것은 클라라가 느꼈다는 성적인 수치심이 결정적인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클라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이 회장이 자신에게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내기 시작하며 관계가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장에 “이 회장이 ‘나는 결혼했지만 여자 친구가 있다’, ‘너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라서 신선하고 설렌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여러 번 보내고 와인을 마시자면서 저녁 술자리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60대인 이 회장이 보내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인해 참기 어려운 수치심을 느꼈고, 동시에 자신의 일을 오랫동안 봐 주던 매니저가 회사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당하자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클라라는 처음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왜 고소를 당했는지, 폴라리스와 어떤 갈등을 빚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했다. 고소를 주도한 폴라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폴라리스는 고소 여부마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각종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결국 한 달여 만에 클라라의 맞고소로 그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클라라와 계약을 맺은 이후 계약위반행위가 반복돼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바뀌지 않았고 이후 계약해지를 요청해왔다는 게 폴라리스의 주장이다. 또 클라라가 폴라리스와 이 회장을 상대로 ‘협박’을 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폴라리스 한 관계자는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나 들어주지 않자 성적수치심 등을 문제 삼아 협박하더니 뻔뻔하게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회사에서 먼저 형사고소를 하자 클라라가 민사소송(계약관계부존재확인)을 해왔다”고 밝혔다.
폴라리스는 클라라의 부친이자 1980년대 활동했던 그룹 코리아나의 이승규도 공범으로 함께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폴라리스 측은 “만약 클라라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게 상식인데 무고죄 등이 문제될 수 있으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제시한 내용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명예를 중요시하는 소속사 회장의 가치관을 알고 이를 악용한 협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폴라리스에 따르면 클라라는 ‘협박’에 대해 사과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받고, 이 회장 등을 찾아와 ‘성적인 수치심 유발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꾸며낸 말’이라고 설명하며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클라라의 이야기는 다르다. 성적인 수치심 외에도 계약이 유지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고 맞서고 있다. ‘약속위반’과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계약 신뢰관계가 파괴됐다는 주장이다. 피소 직후 클라라는 두 차례에 걸쳐 12시간이 넘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상당히 강도 높게 이뤄진 이 조사에서 클라라는 “이 회장님에게 사과를 하면 계약 해지를 해준다는 말을 믿고 (폴라리스)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계약 해지를 하게 된 성적인 수치심 발언 등은 내용 역시 사실이었다”는 내용을 진술했다. 또한 문제가 된 ‘성적인 수치심’의 원인처가 됐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관련 증거물로 모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면전’에 나선 셈이다.
클라라는 8년여의 무명 생활을 보낸 연기자다.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바뀐 건 2013년이다. 당시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선 그는 전신에 붙는 레깅스 의상을 입고 등장해 단숨에 시선을 모았다. 이후 수위가 높은 노출 의상으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렸다.
그런 클라라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장고 끝에 클라라가 택한 곳이 폴라리스다. 가수 김범수와 아이비 등이 소속된 이 회사를 마음에 들어 한 이유는 ‘이 회장이 엔터테인먼트계의 거물’이라는 평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클라라 역시 이를 인정했다. “이 회장이 자신은 경찰 간부 출신이고 한국 최고의 무기거래상이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로 소개했다”며 “회사에도 법무팀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잘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응했다”는 게 클라라 측의 설명이다.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협박 혐의’가 등장하고, 60대 기업인과 섹시스타 사이에서 이뤄졌다는 ‘성적인 수치심’까지 언급되는 이번 사건은 연예계에서도 흔하지 않은 일이란 점에서 쉽게 잦아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법적 공방에서 각각 어떤 주장으로 맞설지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