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급생들을 협박해 성매매를 강요한 15세 여중생들. 이들의 조직적인 수법에 경찰도 놀랐다. 제공=CBS 노컷뉴스 | ||
지난 20일 전북 익산경찰서는 같은 학교 동급생을 협박해 ‘원조교제’를 강요한 김아무개양(15) 등 4명에 대해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김양 등 가해학생 4명은 돈을 뜯어내기 위해 같은 학교 동급생 최아무개양(15) 등 6명을 폭행, 협박해 원조교제를 하도록 알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의 무관심과 어른들의 삐뚤어진 욕정이 빚어낸 이 사건은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들을 상대로 행한 폭행, 감금 등 그 수법이 성인포주 뺨칠 정도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김양 등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PC방, 여관, 찜질방 등을 함께 전전하며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두 달여간 1백여 차례에 걸쳐 원조교제를 알선하고 화대로 받은 1천여만원을 가로챘다.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들이 성매매를 거부하면 폭행을 행사하는 것은 예사였고 이들을 감금해 두기까지 했다. 심지어 피해학생 중 한 명이 도망갔을 때엔 이를 추적해 다시 붙잡아올 정도로 집요하고 냉혹했다.
피해학생들은 어딜 가더라도 어디서 무얼하는지 김양에게 보고해야 했고 원조교제를 위해 김양이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와야 했다. 피해학생들은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도 학교나 집, 경찰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역에서 소위 ‘짱’으로 통하는 김양의 보복이 두려웠던 것.
익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피해학생들이 김양과 동갑내기인데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경찰 조사에서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며 “피해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감안해 가해학생들과의 대질심문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양 등 가해학생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은 단지 용돈이 필요해서였다. 김양은 평소 학교에서도 불량서클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금품을 뜯어왔다. 그러던 중 동급생인 A양에게 “내가 돈이 필요하니 원조교제 한번만 해 달라”고 부탁했다. A양은 김양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그 요구에 응했다. 그러나 딱 한 번일 것이라 생각한 원조교제는 그것이 시작이었다. 김양 등은 원조교제로 손쉽게 돈을 벌게 되자 가냘프고 예쁜 학생들을 강제로 끌어들였다.
김양은 피해학생들에게 “돈을 내 놓거나 원조교제를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며 협박했다.
김양 등 가해학생들의 원조교제 수법은 조직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
우선 PC방에서 피해학생들을 옆에 두고 가해학생 한 명이 남성과 채팅을 하며 ‘조건’을 제시했다. 김양은 채팅 시 자신을 18세 고등학생이라고 속이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피해학생들의 얼굴과 나체사진을 남성들에게 보내며 호객행위까지 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가해학생 중 한 명이 원조교제에 나설 여학생을 직접 화장까지 해줬다. 그리고 거래가 성사된 남성과 약속한 장소에 김양과 피해학생이 같이 가서 김양은 돈만 받아 챙기고 피해학생을 남성에게 ‘인계’했다. 피해학생들이 여관이나 모텔에서 성매매를 한 후 김양이 지정한 장소에서 기다리면 김양 등 가해학생이 다시 데려오는 등 사실상의 포주 노릇을 했다.
혹시라도 피해학생들이 원조교제를 거부하면 김양 등 4명은 피해학생들의 얼굴에 담뱃불을 털거나 폭행을 일삼고 피해학생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강제로 찍은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놓기도 했다. 한 피해학생은 강요된 원조교제와 폭행을 견디다 못해 전주로 도망갔지만 김양 등 가해학생들이 도망간 학생의 ID와 IP를 추적해 붙잡아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의 범죄행각은 엉뚱한 곳에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9월 중순 관내 중학생들의 폭력사건을 수사하던 중 여중생들이 조직적으로 원조교제를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들을 검거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들과 원조교제를 한 한아무개씨(26) 등 3명을 구속하고 임아무개씨(44) 등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학생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해 1백50여 명의 남성을 추출해 이들이 모두 원조교제를 했는지 수사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1회성 관계를 맺어 피해학생들이 남성들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미 형사 입건된 남성들의 경우 피해학생들이 비교적 정확히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었다. 입건된 남성 대부분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하거나 피해학생들이 성관계를 거부해도 강제로 관계를 해 피해학생들이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특히 윤아무개씨(25)는 잠자고 있던 한 피해학생을 친구와 함께 번갈아가면서 성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피해학생들은 한 번에 10만원을 받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원조교제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많게는 하루에 세 번씩 원조교제를 강요당했다. 이렇게 번 돈은 김양 등의 옷값과 숙식비 등으로 쓰였다.
익산경찰서 박동문 여성청소년계장은 “이 사건은 아이들만의 잘못만은 아니다. 남성들의 그릇된 성관념과 학교와 가정의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일침을 놨다.
박 계장에 따르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대부분이 가출상태라서 교사와 몇몇 부모도 이들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계장은 “한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아이가 어디 갔는지 찾아볼 수 있게 친구들 연락처라도 가르쳐달라’고 요구했지만 담임교사는 ‘집에도 안 들어오는 애를 찾아서 뭐하려고 하느냐’고 아이를 찾으려는 부모에게 면박까지 줬다”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