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남부경찰서는 최근 조직폭력배들을 상대로 수년간 문신을 시술해온 무면허 문신 시술업자 세 명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 중 두 명은 포항 지역 조직폭력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중에 개별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서적 등을 보며 문신 시술법을 익힌 후 많으면 7~8년에서 적게는 3~4년 동안 약 4백50명의 전국 조직폭력배들에게 문신을 시술, 4억원가량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신을 시술받은 조폭 중에는 거물급 두목들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이들은 여관, 모텔이나 혹은 서울 강남 등에 얻은 원룸에 문신 시술 기계를 비치해놓고 강남 유흥가 여종업원들 및 일반 20대 여성을 상대로 출장 문신을 나서는 등 다양한 ‘멀티플레이’로 짭짤한 ‘부수입’까지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 남부경찰서는 지난 10월 초 이들의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소재지 파악에 나섰다. 20대 중·후반 및 30대 초반의 문신 시술업자가 포항 조직폭력배들에게 여관 등에서 돈을 받고 문신을 시술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경찰 안테나에까지 잡힌 것.
이들의 행적을 수소문하던 경찰은 결국 지난 10월25일 시술업자 김아무개씨(33)와 정아무개씨(25)를 검거하고, 이틀 후에는 지난 2000년 2월부터 포항시내 여관을 돌며 폭력배와 다방 여종업원 등 1백50여 명에게 문신을 해준 조아무개씨(30)도 검거,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전국의 폭력 조직 세계에서 ‘문신 전문가’로 상당한 명성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포항 S파 조폭 출신인 정씨와 김씨는 약 6개월간의 독학 끝에 자신의 조직원들에게 작은 크기의 문신을 시술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후 ‘세심하게 잘한다’는 소문이 퍼져 경북 지역은 물론, 전국의 조직폭력배들에게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문신을 시술하고 받은 돈은 많게는 2천만원, 보통은 2백만~3백만원선. 적게는 50만원 정도. 목에서 발끝까지 뒤덮는 문신 시술은 천만원대를 넘어서며, 등과 허벅지 부위에 문신을 아로새기는 것은 수백만원, 팔뚝이나 종아리 등에 새기는 작은 문신인 경우에는 30만~5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폭들의 문신 시술을 상당히 꺼려하는 일반 성형외과 등에서 전신 컬러 문신 시술료가 대체적으로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액수. 게다가 이들이 용, 호랑이, 독수리 등 조폭들이 기존에 선호하던 문신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야쿠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도깨비 문신(이레즈미) 등 최신 유행 문신 시술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도 조폭들이 이들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전신 문신의 경우, 6개월가량 소요될 문신 시술을 단 한두 달 만에 끝냈다는 점도 조폭들의 호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1분에 3천회 정도의 바늘이 분사되는 최첨단 문신 시술기를 이용, 문신 완성 시간을 최대한 앞당겼다. 더욱이 이들은 초강력 ‘마취 연고’를 사용, 시술 과정에서 시술을 받는 조폭들이 최대한 고통을 참고 오래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완벽한 마취로 시술 부위를 늘려 총 시술 시간을 줄이려고 했던 것이다.
이들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마취 연고 구입을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비뇨기과 이곳저곳을 들러 조루증 처방전을 받아낸 것.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비뇨기과에서 조루증 증세가 있다고 속이고 ‘국소 표면마취 연고’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이를 구입했다. 마취연고를 시술할 부위에 바른 조폭들은 30~40분 이상 고통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었고, 문신 완성 시간도 그만큼 짧아진 것”이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구입한 연고는 국소표면마취제로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스웨덴제 직수입품. 성관계시 남성의 발기를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인 ‘리도카인’ 성분이 함유된 크림과 젤 형태의 연고로 개당 3만원이 넘는 전문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조폭들의 문신을 전담하다시피 한 이들은 서서히 일반인들에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주위의 ‘이목’도 거슬렸지만, 조폭들을 오래 상대하다보니 친해지는 조폭이 늘어났고 자연히 개중에는 시술비를 깎아 달라고 하거나 아예 술이나 식사 등으로 접대한 뒤 돈을 주지 않는 사례가 점차 늘었던 것.
이들은 서울 등 전국 각지의 여관이나 모텔을 돌며 명함이나 전단지를 뿌린 뒤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나 멋 내기를 좋아하는 일반 여성들을 상대로 ‘이미지 문신’ 사업에 나섰다. 여성의 발목, 가슴, 배꼽 위. 종아리, 등, 팔뚝에 나비나 장미 모양의 문신을 새겨주며 10만원에서 50만원의 시술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원룸을 얻어놓고 홈페이지까지 운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마음에 드는 여성이 시술을 받으러 온 경우에는 작은 문신이라도 일주일가량 시술을 요한다며 집으로 계속 불러들였으며, 심지어 일부 여성 고객에게는 시술료 대신 성관계를 맺고 문신을 해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2백여 명의 시술자들이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현행법이 아직 이들을 무면허 시술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외국에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