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들은 복제해둔 열쇠로 현금수송차를 강탈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지난 2003년 1월 사건이 일어났던 ㅁ의류할인매장 후문 전경. | ||
2003년 1월22일 오전 8시25분에서 40분 사이 대전시 중구 은행동 ㅁ의류할인판매점 후문 앞에 주차돼 있던 한국금융안전(KFS) 소속의 이스타나 승합차를 누군가 몰고 가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차량 안에는 현금 4억7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당시 KFS 직원 2명은 5층과 지하1층의 무인현금지급기에 돈을 채워넣기 위해 차를 비워둔 상태였다.
차량은 5시간 지난 뒤 사건 현장에서 6백m 떨어진 대흥동 ㅇ여관에서 발견됐다. 차량 경보기와 금고 자물쇠가 절단된 상태였으나 범인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 현장의 CCTV 화면에는 차량의 아랫부분만 담겨 범인들이 차량으로 접근하는 모습만 알 수 있을 뿐 인상착의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차량 열쇠박스 주변에 뜯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인들이 복제된 열쇠를 이용해 차를 몬 것으로 추정됐다. 평소 수송차량 열쇠는 KFS 대전지사 내부의 별도 캐비닛에 보관되고 있었지만 관리가 그다지 철저하지는 않았다는 게 수사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복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 그러나 모든 열쇠를 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사건 초기에 경찰은 범인들이 내부자의 도움을 받아 노리던 차량의 열쇠를 복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경찰은 KFS 직원들이 ‘심하다’고 여길 정도로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으나 내부자의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내부자의 공모가 없었다면 범인들이 그만큼 사전답사를 더욱 치밀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랜 기간 차량의 이동과정을 눈여겨 보다가 빈틈을 노려 차량 열쇠를 복사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사건 이후 KFS측은 현금수송 인원을 3명으로 늘려 2명이 현금운반, 1명이 차량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ㅁ의류할인점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 만인 9월26일 오전 8시22분 대전시 중구 태평동 ㅂ아파트 1단지 내의 현금지급기 앞에서 또다시 현금 7억5백만원이 든 차량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법은 지난번과 똑같았다. 복제된 열쇠를 이용해 차문을 열고 순식간에 차를 몰고 달아나 버린 것.
당시 직원은 3명이었으나 수습직원 교육을 시킨다며 3명이 한꺼번에 길 건너편의 현금지급기 쪽으로 나와 있었다. 범인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현금이 든 차량을 훔친 것이다. 이 차량 역시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26분에 현장에서 3백m 떨어진 중구 유천동 ㄷ여관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역시 복제된 열쇠가 사용됐고 내부금고는 뜯긴 채였다. 앞서 사건 때의 범행 수법과 거의 모든 것이 똑같았다.
당시 현금지급기 내부의 CCTV는 현금을 넣기 위해 기기를 움직이는 바람에 카메라방향이 바뀌어 길 건너편의 범행 상황을 잡아내지 못했다. 혹시 범인들이 이런 것까지 계산에 넣었던 것은 아닐까.
또한 범인들이 사건 현장에서 수습직원 교육을 위해 3명의 직원이 모두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렸던 점도 내부자 연루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내부자의 연관성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혹시 이 두 건의 차량절도 사건의 범인이 2001년의 권총강도 사건의 범인과 동일인은 아닐까. 경찰은 두 사건의 수법이 너무나 달라 동일범의 소행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전에서 유독 현금수송차 탈취 사건이 자주 발생한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대전은 사통팔달로 길이 뻗어 있어 동서남북 어디로든 쉽게 도주할 수 있는 데다 지리적으로도 한반도의 가운데에 위치해 전국의 범죄자들이 거쳐가는 곳”이라면서 “이들 사건 모두 대전에 대한 지리감이 밝은 외부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