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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김진표 의원, 이한구 의원 | ||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영순(민주노동당)의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고액 기부자 명단’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의원과 후원자 사이의 인연과 기부 배경 등을 읽어낼 수 있다. 과연 누가 왜 얼마나 기부를 했을까. 기부 현황을 후원자의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먼저 전직 국회의원 및 장관 등 전직 정계 인사 및 관료들이 대거 기부자 명단에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전직 국회위원 중에서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덕배 전 민주당 의원(16대·경기 고양 일산을), 김윤식 전 한나라당 의원(16대·경기 용인 을)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구체적인 기부 현황을 보면, 최병렬 전 대표는 지난 3월 총재직에서 물러나면서 당 3선 3인방 중 하나로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부산고 후배로 ‘친(親)최’ 세력의 좌장격인 허태열 의원에게 각각 1백만원씩 기부금을 냈다.
현 김원기 국회의장 비서실장인 김덕배 전 의원은 이해찬 국무총리와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 등에게 1백만원씩을 전달했다. 김 전 의원이 기부금을 전달한 이 총리와 장 의원은 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함께 투옥됐으며, 88년 평민당 입당 등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정치무대로 입문해 입지를 다져온 인물. 한때 연청 의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김 전 의원은 두 사람을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는 전언.
이 총리와는 지난 2000년 민주당 정책위원장과 부총무로 당의 일을 맡아보며 더욱 돈독한 관계로 발전했으며, 최근에도 이 총리와 김 의장 사이를 연결하는 ‘핫라인’ 역할을 하며 친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출신인 장영달 의원과도 지난해 12월 소장파 의원으로서 함께 정치개혁 법안과 관련, 한나라당 등 야 3당의 표결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점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례적으로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에게도 1백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비록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지만, 자신이 한국JC(한국청년회의소)중앙회 회장으로 있을 당시 한국JC 경남지구 회장으로 있던 김 의원과 매우 친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 16대 국회에서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함께 활동한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신동에너콤’ 대표이자 한국무역협회 이사인 김윤식 전 의원은 모두 6명의 의원에게 총 5백5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한나라당의 엄호성, 이방호, 정의화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김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문석호, 문희상 의원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도 후원금을 내며 ‘균형’을 맞췄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당시 노무현 후보의 중소기업 특보로 활동하다 민주당을 탈당,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바 있다.
특히 문 의원에게 ‘회사원’ 신분으로 2백만원을 후원한 것이 시선을 끄는 부분. 문 의원이 80년대 중반 제34대 한국JC 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김 전 의원이 서울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그 이후 끈끈한 친분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장관급 인사 중에는 DJ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박재규 경남대 총장, 지난해 산업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 지난 2001년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진념 서정법무법인 고문 등이 기부자 명단에 포함됐다.
발이 넓기로 유명한 박 총장은 한나라당, 자민련, 열린우리당, 무소속 의원들에게 골고루 후원금을 전달했다. 그는 장관 재직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현 자민련 이인제 의원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백만원씩, 그리고 장관 재임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으로 함께 일한 바 있는 안병엽 열린우리당 의원과 무소속 신국환 의원에게도 1백만원과 50만원을 후원했다.
특히 통일부 장관 시절 자신에게 ‘독설’을 퍼붓던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현 원내대표)에게 1백만원을 후원한 것은 매우 이채로운 부분. 김 의원은 2000년 7월 16대 국회 대정부질문과 12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해 ‘대북 전력 지원의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하며 박 총장을 곤경에 빠뜨린 바 있다.
‘경제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통’답게 당내 경제 관료 및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출신 의원들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DJ정부 시절과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강봉균, 김진표 의원에게 1백만원씩을 쾌척한 것. 진 전 부총리는 초대 여성부 장관을 지낸 한명숙 의원과 경제 및 예산 소관 업무에 밝은 정세균 의원, 종합에너지개발회사 ‘AWI’의 수석부사장인 윤호중 의원에게도 1백만원을 보냈다.
차관급 이상 현직 관료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여당 핵심 인사인 문희상 의원과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 김진표 의원에게 50만원씩을, 지난 1월까지 파트너로 일한 전 정보통신부 차관 변재일 의원, 경기고-서울대 동기인 신기남 의원에게는 각각 1백만원을 후원했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서울대 법학과 동기이자 함께 검사 생활을 했던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과 서울대 법학과 후배로 83년에서 85년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는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에게 50만원씩을, 서울대 법학과 동기인 문희상 의원에게는 1백만원을 기부했다.
이용섭 국세청장도 행시 선배이자 재무부 서기관 출신으로 재정경제위 소속이었던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과 현대캐피탈 회장과 전경련 이사를 역임했던 이계안 열린 우리당 의원에게 50만원씩을 후원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이 청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과 17대 총선에서 함평·영광 지역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도 5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금융인들은 대체로 여야의 대표적 ‘경제통’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게 ‘보따리’를 풀었다. 은행권 주요 인사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과 최영휘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공통적으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후원금을 내놓았다. 특히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다른 정치인에게는 후원금을 내지 않고 김진표 의원에게만 5백만원을 후원했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김진표 의원 이외에도 열린우리당 강봉균, 김근태, 이해찬, 정세균 의원에게도 각각 50만원을 후원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부총리 특별보좌관, 금융감독원 감사를 지내며 은행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에게도 50만원을 내놓았다.
최영휘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는 김진표 의원과 이종구 의원에게 각각 1백만원씩을 후원했으며, 한나라당 이한구, 열린우리당 유필유 의원에게도 각각 1백만원씩을 냈다.
정건용 한국산업은행장도 김진표, 이종구 의원에게 1백만원씩을 후원했다.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의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에게도 같은 금액을 후원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열린우리당 문학진, 이계안 의원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에게 각각 1백만원씩을 기부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김진표 의원과 이한구 의원에게 각 1백만원씩을 후원했다. 이재욱 한국은행 부총재는 김진표 의원에게 50만원, 문희상 의원에게 1백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표 의원은 이밖에도 배영식 신용보증기금이사장과 대한세무사협회장이자 16대 전국구를 지낸 구종태 전 의원으로부터 1백만원씩을 후원받는 등 전관의 인연 덕을 톡톡히 봤다.
김극년 대구은행장은 대구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올인’했다. 강재섭, 박종근, 안택수, 이명규, 이한구, 이해봉, 주성영, 권오을 등에게 1백만원씩을 후원했다.
국내 재벌들의 후원은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의 여파 때문인지 미약한 수준에 그쳤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길영 삼성카드 사장, 정순원 현대자동차 사장, 조용경 포스코개발 부사장, 유병택 두산그룹 부회장, 김호일 현대해상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 등이 그나마 눈에 띄는 거물.
윤종용 부회장은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과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에게 각각 90만원이라는 예상보다 ‘적은’ 액수를 기부했으며, 윤국진 기아자동차 대표는 경복고 동창인 문희상 의원에게만 2백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품앗이’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찬 국무총리, 열린우리당 김혁규, 원혜영, 장영달 의원 등이 의원들간의 ‘십시일반’ 행렬에 참여했다.
이 총리(서울 관악을)는 자신의 바로 옆 지역구인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던 ‘이웃사촌’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5백만원을 후원했으며, 장영달 의원은 운동권 출신인 같은 당 우원식, 정봉주 의원에게 각각 1백만원씩을 지원했다.
당 중앙상임위원인 김혁규 의원은 당 지도부이자 잠재적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김근태, 신기남, 김한길, 천정배 의원에게 1백만원씩을 전달했으며, 자신보다 앞서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이적한 김부겸, 김영춘 의원에게도 1백만원씩을 후원했다.
풀무원식품 창업주인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은 당내 초선 의원들과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 의원 등에게 힘을 보탰다. 강창일, 문학진, 김교흥, 선병렬, 우상호, 윤호중, 이기우 의원 등 초선 그룹과 자신이 민주당 원내총무를 맡았을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제정구 전 한나라당 의원(사망)의 보좌관 및 비서관 출신인 조정식, 백원우 의원에게 각각 50만원,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인태, 서갑원 의원에게 50만원씩을 후원했다.
일반 개인 후원자를 보면, 우선 고 제정구 의원의 형인 제정호씨(64)와 친척인 제준호씨(57·고성군의회 의원)가 한나라당 김문수, 열린우리당 김부겸, 제종길 의원에게 각각 50만원씩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의원은 제 전 의원과 일찍부터 민주화운동을 함께하며 막역한 관계로 지내온 사이. 이들은 지난 1999년 제 전 의원이 폐암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한 달에 수천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금모금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혜를 잊지 못한 제 전 의원의 친형인 제정호씨와 친척인 제준호씨는 평소에도 이들에게 후원금을 조금씩 내왔다는 후문. 제정호씨는 총선을 앞두고 제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열린우리당 백원우 의원(경기 시흥갑)과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에게도 50만원씩을 후원했다.
이밖에도 YS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제2부속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문화예술계와 인연을 맺고 국회에 진출해서도 줄곧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한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박기현 한국오페라단 단장,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으로부터 각각 3백만원과 1백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도 개인적 친분이 있는 각 당 의원들에게 ‘정’을 베풀었다. 과학기술포럼 창립회원이자 국회 과학기술연구회 회장인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에게는 1백만원, 고향(충남 부여) 지역의 의원이자 중학교(부여중) 선배인 자민련 김학원 의원에게 50만원, 대전고 후배인 열린 우리당 권선택 의원에게는 1백만원을 후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자신과 연고가 있는 지역구나 혹은 고교·대학 동문 의원에게 후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의 경우, 기업 활동과 연관성이 있는 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이 편중되는 현상도 보였다.
특히 박근혜, 김근태 등 차기 대권 후보로 예상되는 유력 의원, 문희상 의원 등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의원, 김진표 의원과 이한구 의원 등 경제계에 영향력이 있는 의원 등에게 각계 인사들의 후원금이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