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커피숍 안 ‘은밀한 작업실’
지난 4월2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이버 티켓다방’으로 불리는 신종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해온 정아무개씨(34)를 구속하고 음란 화상채팅을 한 여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한 대학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해온 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커피숍 내에 PC 장비 등으로 인터넷 작업실을 꾸민 후 미리 고용한 50여 명의 여성을 동원해 남성회원들과의 음란 화상채팅을 주선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정씨는 남성들이 제공하는 사이버 팁, 일명 ‘티켓’에 따라 여성의 중요 신체부위를 단계적으로 노출해주는 1:1 음란 화상채팅을 알선하는 방식으로 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정씨가 고용한 채팅여성 대부분이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이라는 사실. 가정주부, 구직자, 장애인, 전직 유치원 교사, 대학원생 등으로 직업과 계층도 다양했다. 정씨는 이들에게 ‘수익금의 30%를 주겠다’고 약속해 ‘티켓 사업’에 끌어들였다.
이제까지의 음란 화상채팅사이트는 대부분 공개대화방에서 ‘채팅녀’들이 보여줄 듯 말 듯 시간을 끌면서 이용료만 가로채는 방식이었으나 정씨가 운영한 사이트는 사뭇 달랐다. 남성회원들이 공개대화방(분당 3백원)에 입장하면 미리 대기중인 채팅녀들이 쪽지를 통해 “음란 화상채팅을 해줄 테니 팁을 달라”고 유혹했고, 이어 1:1 비공개방(분당 6백원)으로 이동해 은밀한 채팅을 나눴다.
일단 남성이 비공개방으로 입장하면 채팅녀는 노골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사이버 팁’을 요구했다. 남성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음료수, 커피, 맥주, 입술, 하트 등의 아이템을 구입해 채팅녀에게 선물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선물로 받은 아이템이 늘어날수록 채팅녀들은 노출 수위를 올렸고, 남성들이 따로 요구하는 ‘행위’도 실연했다.
채팅녀들 중 상당수는 가정주부로 남편을 출근시킨 후 생활비라도 벌 생각으로 이 사이트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일부 채팅녀들은 남성회원들이 많이 찾아오는 밤시간에도 돈을 벌기 위해 남편을 재운 뒤 몰래 거실이나 작은 방에서 화상채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채팅녀들이 이런 식으로 챙긴 돈은 적게는 2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6백만원에 이른다. 채팅녀 S씨(25·전직 유치원 교사)는 지난 5개월 동안 1천2백만원의 사이버 팁을 벌어들여 그 중 약 30%인 3백70만원을 자기 몫으로 챙겼다. 특히 S씨는 원룸에 같이 살고 있는 자신의 친구와 함께 이 사이트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채팅녀 S씨(45·이혼녀)는 경찰 조사에서 “채팅여성들끼리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들의 수익금을 비교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서로 경쟁이 붙어 성인기구를 이용한 자위행위 등 노골적인 행위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한 수사관은 “채팅녀들은 단순한 신체노출뿐 아니라 더 많은 팁을 받기 위해 성인기구를 이용했고 춤, 스트립쇼 등의 ‘개인기’ 경쟁도 치열했다”며 혀를 찼다.
경찰 조사 도중 한 ‘전설적’ 채팅녀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소환 조사를 받던 여성들이 “채팅녀들 사이에서 가장 수익금이 많고 ‘개인기’가 뛰어났던 ‘빙설공주’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빙설공주’와 함께 조사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
이 전설적인 ‘빙설공주’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L씨(34)였다. L씨는 최근 5개월 동안 5천만원 상당의 사이버 팁을 벌어들여 그 중 1천6백만원을 자신의 몫으로 챙겼다. 경찰 조사를 받던 L씨는 “IMF로 남편이 실직해 내가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오다 화상채팅을 알게 됐다. 남편과 자식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