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절차 둘 다 꼬인다
하나금융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 데는 외환은행 노조와 관계가 다시 악화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연말만 해도 꽤 진척을 보였던 노사관계는 지난 19일 하나금융이 금융위에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극심한 대립구도를 띠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통합 타당성 논의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뒤통수를 친 격이며 하나금융이 마치 노조가 통합을 인정하고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세부조건 논의는 임단협에서나 하는 것이지 우리는 통합을 인정한 적이 절대 없다”고 비난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예비인가 신청서 제출을 ‘대화중단 선언’으로 규정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합병 예비인가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 지난 19일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 면담을 요청하는 108배를 실시했으며 21일에는 임시전국대의원대회, 22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환-하나 조기통합의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예비인가 신청 철회 후 대화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 측은 “행정적 절차와 노조 대화는 별개”라면서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를 계속하고 협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행정적 절차는 명백히 통합을 위한 과정인데 절차와 대화가 별개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금융위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의 예비인가 신청에 대한 승인이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