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함께? ‘영양가’가 없어서…
박원순 시장. 구윤성 기자
이는 지난해와 역전된 모습이다. 2014년 1월에 열린 노원구청 신년인사회에서는 오히려 노원이 지역구인 안 의원은 참석하지 않고 박 시장만 참석해 화제가 됐다. 당시 박 시장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을 피력한 상태였고, 안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로 신당 창당을 이끌며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신년인사회에는 주로 지역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지만 안 의원이 불참하면서 당시 박 시장과의 만남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안 의원이 행사에 불참한 이유는 같은 시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무상급식 관련 토론회에 신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참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안 의원 측은 “신년인사회 전 이미 잡혀있던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박원순 시장이 안철수 의원의 연탄 배달봉사에 동참하지 않아 ‘안 의원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사진은 안철수 의원(왼쪽)과 문재인 의원. 이종현 기자
안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으로 지도부에서 사퇴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최근 재기를 시작한 안 의원은 당에서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는 인지도 있는 외부 인사들과의 만남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박 시장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 등 외부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안희정 지사가 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난 것처럼 우리도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여당 쪽 인사들과의 토론회도 추진하려 한다”며 “특히 안 의원과 박 시장은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두 사람이 인연이 있고 당내 지지도가 약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경쟁자이면서도 함께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시장 입장에서는 굳이 당내 정치에 관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원외에서 관망만 해도 대선 전까지 무리 없이 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금은 박 시장이 안 의원에게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안 의원은 지난 3월 합당했을 때 중요한 결정들을 놓치면서 지금 뒤늦게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반면 박 시장은 안 의원과 다르게 큰 판을 보며 성큼성큼 걷고 있다. 안철수 문재인 의원과 적당히 관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게 옳은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문재인 의원이 당대표가 돼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박 시장이 대권에서 유리해지기에 한쪽 편을 들며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 앞서의 의원은 “문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러나 의원들끼리 대화를 해보면 문 의원이 당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듯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무엇보다 4월 보궐선거가 지역별로 뜯어보면 쉽지 않은데 여기서부터도 타격을 입을 여지가 높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박 시장이 안 의원에게 ‘부채의식’을 가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정치 평론가는 “박 시장이 안 의원 덕에 시장에 당선돼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맞다. 부채의식은 인지상정으로 당연히 있겠지만 권력이라는 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속성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