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결국 방역망이 뚫렸나. 전북 김제와 정읍, 부안 지역에서 잇따라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 사례가 발견되면서 방역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 정읍에서 세번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지 9일 만인 지난 27일 방역대 외곽인 부안지역에서 의심축이 또다시 발견됐다.
AI가 김제~정읍~부안 등 전북 서부지역을 잇는 서해안 벨트로 확산돼 가는 양상이다. 이에 AI가 초기 저지선을 뚫고 전북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정읍 네 번째 발생 농가에서 19킬로미터 떨어진 이 농가는 기존 방역대에서 벗어나 있어 방역당국은 긴장시키고 있다.
앞서 전북도는 지난 17일 AI 의심축이 발생한 정읍시 소성면의 한 오리농장에서 2km 가량 떨어진 오리농장에서도 AI의심증상이 나타나 19일 1만2천마리에 대해 긴급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AI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앞으로 예방과 방역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결국 방역대 뚫렸다(?)
전북도는 부안군 동진면 농가의 오리 1만8천여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27일 긴급 살처분 했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AI가 지난 17일 발생한 4차 발병지 정읍 소성면 오리농장으로부터 약 19㎞나 떨어진 곳이다.
이는 최후방 방역대보다 9㎞가량 먼 거리다. 이날 그 바깥쪽에서 처음으로 의심축이 신고됨에 따라 이미 발생지역 방역대(발생농장 반경 10㎞)가 뚫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런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방역대가 뚫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1~4차 발병지인 김제와 정읍지역은 AI가 발생한 직후부터 반경 10km까지 방역대가 설정돼 가금류의 이동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은 전파력이 강한 AI의 특성 때문에 가금류의 이동 통제를 방역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현재 고병원성 발병농장을 중심으로 3단계 방역대(반경 500m, 3㎞, 10㎞)를 설치한 채 차량통제와 축사소독 등 방역작업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AI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앞으로 예방과 방역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사실 방역 초기에는 가금류의 이동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방역대 내에서 오리가 반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4차 발병 농장이 방역대를 크게 벗어난 데다 철새까지 이동하는 시기여서 육지와 하늘, 전북 남부와 서부 어느 곳 하나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식’ 대책
전북도는 지난해 12월 20일 최초 발병지로 부터 경계지역(10km 이내) 닭․오리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며 방역대를 완전 해제했다.
도는 그간 AI 확산방지와 조기종식을 위해 도내 86개소에 거점소독시설 및 이동통제초소를 설치․운영하고 방역대내 닭․오리 농가 이동제한과 AI 바이러스 유무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방역대 해제 한 달만에 정읍지역에서 4차 발병했고 지난 27일 부안에서 의심축이 또다시 신고돼 방역당국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심축이 신고되면 전북도와 지자체는 대책반을 가동하고 방역대를 설치하지만 가장 중요한 AI의 발병 원인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제 농가에서 발생한 AI가 타지역에서 전북으로 전파된 건지 현지에서 자연발생한 것인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AI발생지역 지자체들은 해당 농장의 가금류 살처분과 예방 차원에서 영향권의 닭·오리를 추가 살처분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인지 전북도는 AI가 신고되거나 확진 판명을 받을 때마다 내놓는 보도자료 말미에 철새가 도래하는 동절기 AI 위험시기를 맞아 가금농가에서는 소독 등 방역조치를 철저히 하고 의심증상 발견시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말 그대로 동절기 AI 위험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천수답식 대책‘인 셈이다.
부안군 주민 김 모씨는 “이번 AI사태는 수년째 되풀이되는 우리 방역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줬다”며 “전주공단에선 탄소가 철을 대신하는 탄소시대가 열렸지만 아직도 방역·질병관리 업무는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같이 자연과 사육농가에만 기대는 수준이어서 답답함이 크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