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새정치 국회의원 ‘가족 비서관’ 최초보도 막후

보좌관 급여 세금인데…법에 없다고 이래도 되나

[일요신문] 최근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이 4급 보좌관 행세를 한 사실이 밝혀져 국회의원 ‘갑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A B 의원이 가족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온 사실을 온라인 <일요신문i>가 지난 1월 26, 27일 최초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지난 2012년 국회에 입성하면서 A 의원은 의붓아들을 자신의 7급 비서로 채용해 2년 만에 5급 비서관으로 진급시켰고 B 의원은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왔다.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자신의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문제에 대해 법적 규정이 없는 만큼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백군기, 서영교 의원 외에도 국회의원들의 ‘친인척 보좌관’ 문제는 채용 사실 자체만으로도 꾸준히 논란이 되어 왔다. 이종현 기자 [e-mail]

비례대표 초선인 A 의원은 국회 입성 때부터 자신의 의붓아들을 수행과 후원금 등의 업무를 하는 보좌진으로 채용해 왔다. 백 의원의 아들 C 씨는 7급 비서로 시작해 2년 만에 5급 비서관으로 진급했다. C 씨는 A 의원과 성이 달라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그는 A 의원이 재혼해 얻은 의붓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삼십대 후반인 C 씨는 A 의원의 호적에는 올라있지 않고 A 의원과 같은 동네에 거주하며 수행을 맡아 왔다. 

A 의원은 지난 26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재혼해서 얻은 아들이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내 수행업무를 했고 국회에 같이 들어오게 됐다. 운전하면서 후원금 관련 업무를 한다”며 “친자관계가 아니니까 법적으로 기재돼 있는 것도 없고 내가 (가족이라) 편리해서 채용했다. 아들이 일을 안 하고 놀면 모르지만 다른 사람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 내 입장에서는 필요한 사람이지만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면 오늘 부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A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 직후 C 씨를 면직 처리했다. A 의원실 측은 “3시쯤 통화 후 의원이 고심 끝에 오후 4시경 사퇴 처리했다”고 밝혔다. A 의원은 2012년 6월에도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S 전 의원의 딸을 6급 비서로 임용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일요신문>은 B 의원이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해 온 사실도 포착했다. 40대 후반인 B 의원의 남동생 D 씨는 B 의원의 수행 역할을 전담해왔다. D 씨는 지난 2011년 12월 19대 총선 예비선거 등록 당시부터 자신의 사업을 접고 B 의원을 도와 2012년 국회에 함께 입성했다. D 씨는 B 의원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으로 5급 비서관직을 맡고 있다. 

B 의원은 지난 27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예비후보 등록해 처음 명함 돌릴 때부터 나를 도와줬다. 몸이 고된 일인 수행을 맡고 있다. 5급 비서관으로 자리를 준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가장 많이 했던 사람이고 나이도 보좌관보다 많다”며 “선거 때 차 안에서 내가 자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늦게 집에 들어가거나 안에서 옷 갈아입을 일이 많아 가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이 힘들다 보니 동생이 지난 연말에 일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붙잡았다.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B 의원은 “수행비서들은 워낙 힘든 자리라 다들 빨리빨리 그만둔다”며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를 지적하려면 그 친인척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안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할 거다. 내 동생은 일을 많이 하고 있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을 직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문제는 채용 사실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일어왔다.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장녀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민홍철 새정치연합 의원도 외가 친척 2명을 각각 6급, 7급으로 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최경환 부총리도 의원 시절 매제를 보좌관으로 채용했었다. 최근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은 아들을 차명으로 4급 보좌관 행세를 하게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일부 보좌진 사이에서는 국회의원의 가족 채용 문제에 대해 비리가 없다면 일에 효율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행 같은 업무는 의원을 곁에서 보좌해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한다는 실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행동이 대중정치를 지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적용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1967년부터 의원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국민정서상 맞지 않는 이유는 보좌진 채용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사적인 영역이 아닌데 사적 영역이 있는 친인척을 쓰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친인척이 능력이 있으면 가족이 아닌 다른 의원실에 가서 공식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등록해 그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보좌관 풀제’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이 문제가 구비돼야하는 이유는 능력 여하를 떠나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에 대한 규정을 다룬 법안도 발의됐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7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원의 배우자 혹은 국회의원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 및 친인척은 해당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임명될 수 없고 만약 이를 어기면 퇴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남춘 새정치연합 의원도 관련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윤 의원이 제출한 법안과 같은 규정이되 해당 국회의원의 보좌진이 아닌 다른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4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경우 예외로 규정한다고 정했다. 해당 법안들은 모두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다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