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학회지·1985년 의학계 문헌에 구연수가 혼인 연결고리로 등장…하영 측 “당장 확인 어려워”
안상호의 기존 친일 논란과 별개로, 그의 일본 체류 당시 인맥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안상호와 그의 일본인 부인 가와구치 이소코의 혼인과 귀국 과정에서 등장하는 조선인 구연수(具然壽)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른바 을미사변에 가담한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연수는 1895년 10월 8일 을미사변 당시 일본 자객의 궁궐 진입과 명성황후 시해 과정에 관여한 조선인 출신 협조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반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파 99인'에는 구연수가 살해된 명성황후의 시신 소각을 감독했다고도 서술돼 있다.
구연수의 이름은 1899년 7월 12일 주한 일본공사 하야시가 일본 외무대신 아오키에게 보낸 문서의 별지에서도 거론된다. "1895년 10월 8일 '왕비 시해 사변' 당시 대원군에 동조해 궁에 들어간 일본인 장사(壯士)들과 함께 흉행(兇行)한 자"로 기록돼 있는 구연수는 사변 직후인 1895년 11월부터 다른 시해 가담자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망명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연수와 안상호 부부 간의 접점은 다른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한국 근현대 의학계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이지만 친일 단체 활동 이력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정구충의 책 '한국 의학의 개척자'(1985)다. 기자가 확보한 이 책에 따르면 안상호의 아내 가와구치 이소코(책에서는 '안 여사'로 호칭)는 본래 일본 모리가(毛利家) 공신의 딸로, 상류층 집안에 들어가 예법과 생활 풍습을 익히는 당대 일본 관습에 따라 의친왕저에 갔다가 구연수의 소개로 의친왕저에서 사무를 보게 됐고, 그 인연이 안상호와 결혼으로 이어졌다.
가와구치는 1907년 3월 안상호의 귀국 전 먼저 한국으로 넘어와 남편의 귀국 준비를 도왔는데 당시 그가 머물던 곳이 지금의 서울에 위치한 '구연수의 자택'이었다고 서술돼 있다. 이 책에서 정구충은 1974년 12월 24일 가와구치 이소코를 직접 만나 안상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초 하영의 아버지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해당 책을 언급하며 "조부(안상호)께서 일본인 여성과 혼인하게 된 배경은 의친왕께서 일본 동경에 머물 때 그곳에서 시무를 보던 여성을 소개해주어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안다. 일본 여성과의 혼인 자체를 친일과 연결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책에서도 언급된 구연수와 증조부의 접점에 대한 질의에 하영 측은 '일요신문i'에 "당장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논란 이후 방송·광고계에서도 하영 관련 콘텐츠와 홍보 일정 취소가 잇따랐다. 먼저 하영이 출연해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8월 7일 방송분은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관련 유튜브와 네이버TV 클립도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하영이 출연한 '삼성 아트 TV'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의류 브랜드 아티드 관련 광고도 비공개됐다. 넷플릭스는 광복절 바로 전날인 8월 14일 예정돼 있던 '이런 엿같은 사랑' 하영의 라운드 인터뷰를 취소했다. 8월 19일 공개 예정이었던 웹예능 '유튜브 하지영' 출연분 역시 업로드되지 않기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영이 이제훈과 주연을 맡은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상태로 알려졌다. SBS 측은 이번 논란을 인지하고 있으며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