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무부 판단 근거 부족”…한국 정부 수정자료 배제도 지적, 재검토 결과 따라 상계관세율 낮아질 가능성 제기

여기서 2022년 행정심사는 2022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수입된 한국산 후판과 이 기간 국내 철강업체들이 받은 보조금 혜택을 사후 심사한 절차다. 상무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요청을 받아 2023년 4월 심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자료 제출과 검증을 거쳐 2024년 9월 현대제철의 순상계보조율(상계관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보조금 비율)을 2.21%, 동국제강은 2.01%로 최종 확정했다.
미국의 상계관세는 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얻었다고 판단할 때 그 혜택만큼 추가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미 상무부는 한전이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가 적정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제공됐고 전력을 많이 쓰는 철강업계가 이 혜택을 불균형하게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정부 보조금으로 계산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상계관세율에 포함했다.
현대제철은 상무부의 최종결정이 나온 지 약 한 달 뒤인 2024년 10월 10일 CIT에 소송을 제기했다. 동국제강도 다음 날 별도 소송을 냈다. 두 사건은 이후 하나로 병합됐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전력 소비량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산업이 보조금을 불균형하게 받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상무부는 철강업 등이 산업용 전력의 상당 부분을 사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보조금 혜택이 집중됐다고 판단했지만 무엇과 비교해 불균형하게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판단에 사용한 자료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처음 제출한 자료의 철강 항목에 구리·비철금속·알루미늄 등의 전력 사용량까지 포함됐다며 수정자료를 제출했다. 상무부는 이 자료를 검증하고도 최종 결정에서는 기존 자료를 사용했다. 법원은 보다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 수정자료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전기요금을 실제 보조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다시 하게 됐다. 상무부는 한전의 요금 결정 방식 자체는 시장원리에 부합한다고 인정하면서도 2022년 산업용 요금으로 원가와 적정 수익을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철강업체에 혜택이 제공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정해졌다고 인정했다면 한 해 원가를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전기가 적정가격보다 싸게 공급됐다고 볼 수 있는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 상무부의 논리가 제동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한국산 후판 상계관세 행정심사 소송에서도 CIT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들을 묶어 보조금 혜택이 집중됐다고 판단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상무부 결정을 두 차례 환송했다. 상무부는 이후 기존 비교 방식을 포기했다.
상무부는 이번 판결일로부터 90일 안에 전력 사용량과 보조금 혜택을 연결한 근거, 한국 정부의 수정자료를 배제한 이유 등을 다시 검토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상무부가 기존 보조금 산정 방식을 수정할 경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적용되는 상계관세율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