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셋 거느리고 ‘사이버 영업’
최근 여중생들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 소개비를 챙겨온 ‘고교생 포주’가 검거됐다. 지난 1월 29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중생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가출한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J 군(18)을 성폭력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J 군과 공모해 성매매에 동참한 P 양(16) 등 여중생 세 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J 군 등은 신상이 노출되지 않는 채팅사이트를 무대로 한 달 동안 ‘과감한’ 성매매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4인조의 행각은 과거 포주와 아가씨 간 일방적인 성노동력 착취 관계가 아니라 ‘쉽게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양측 간 합의하에 벌어진 ‘자발적 성매매’로 드러나 일부 10대들의 무너진 성도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 포주를 방불케 했던 J 군과 성매매에 기꺼이 동참했던 철없는 여중생들의 엽기 행각 속으로 들어가보자.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J 군은 평소 한 유명 채팅사이트에 접속해 채팅을 즐기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채팅사이트는 낯선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와 건전한 만남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너무도 달랐다. 특히 밤늦은 시각 채팅사이트는 한순간의 육체적 욕망을 분출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사이버공간에서 ‘즉석만남=섹스’라는 공식은 이미 만연되어 있는 듯했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대가로 제각기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실제로 J 군이 접속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ㅈㄱ 10’ ‘2시간 10만’ ‘시흥. 17세. 15만’ 등 성매매를 원하는 ‘귓말’(접속자가 비공개로 상대방과만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들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를 제안하는 노골적인 방제(채팅방의 제목)들도 수십 개나 버젓이 개설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한밤중의 채팅방은 고등학생인 J 군에게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했다.
J 군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성매매를 제안하는 것이 비단 남성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이어서인지 여성들이 적극적인 ‘공세’도 부쩍 눈에 띄었다. 일부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 사이즈와 가격, 시간과 장소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해오기도 했다. 특히 자신을 여중생, 여고생이라고 소개한 일부 10대들은 자신이 ‘미소녀’임을 강조, 성매수 희망 남성들을 상대로 좀 더 높은 가격을 내걸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새 세상’에 눈을 뜬 J 군은 성매매를 원하는 상당수의 성인 남성들이 여고생 같은 미성년자들과의 성관계에 환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목돈을 벌기로 마음먹게 된다. J 군은 평소 채팅으로 친해진 여중생 P 양 등 세 명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놨다. J 군이 맡은 역할은 일명 포주. J 군이 성매매 남성들을 모아서 P 양 등에게 소개해주면 P 양 등은 남성으로부터 받은 화대 중 건당 3만 원씩을 J 군에게 소개비 조로 나눠주는 식이었다.
지방에서 중학교에 다니다 몇 달 전 가출해 마땅히 오갈 데도 없던 처지였던 P 양 등은 J 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J 군에게 소개비 3만 원을 떼어주고 나서도 한 번에 최소 수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는 마땅한 돈벌이 수단이 없던 P 양 등에게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다. 특히 10대 소녀가 독자적으로 남성들을 만나 성매매를 할 경우 돈만 떼일 위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이들은 뒤를 봐주겠다는 J 군을 오히려 든든히 여겼다.
‘목돈을 챙겨보자’는 생각에 이들 ‘4인조’는 즉각 서울시내 여관을 돌아다니며 합숙에 들어갔다. J 군은 성매매 남성들을 나름대로 선별해서 P 양 등과 만나게 해주는 중간다리 역할뿐 아니라 졸지에 세 명의 여성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포주가 된 셈이었다.
J 군은 지난 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이 평소 드나들던 채팅사이트에 접속,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J 군은 남성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자신이 직접 성매매를 하는 여성인 척 위장하고 익명의 채팅 접속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쪽지를 보냈다. 쪽지에는 ‘여중생이 찾아갑니다’ ‘풋풋한 미소녀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J 군은 ‘1:1은 12만 원, 2:1은 18만 원’ 등 변태적인 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며 남성들을 유혹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J 군이 제시한 가격은 채팅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상적인 성매매 대가에 비해 다소 높았지만 그릇된 성적 욕망에 사로잡힌 성인 남성들의 욕구를 꺾을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어린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희망하는 남성들은 ‘여중생’이라는 말에 마치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또 가격만 맞으면 미소녀들과 그룹섹스 등 변태적인 성관계도 가능하다는 말에 다수의 남성들이 성매매 의사를 밝혀왔다.
예상 외로 ‘구매자’가 밀려오자 J 군은 P 양 등과의 ‘계약 조건’을 중도에 바꾸기도 했다. 건당 3만 원에서 하루에 3만 원씩 받고 성매매를 알선해주기로 한 것. 경찰 조사 결과 J 군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소개비로 벌어들인 돈만 해도 100만 원에 달했다. 또한 P 양 등은 각각 최소 20명 이상의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돈 욕심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었을까. J 군은 한 명의 여중생을 더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J 군은 P 양 등과 공모, 채팅 사이트에서 자신을 여성으로 가장해 서울 외곽에 사는 여중생 A 양(16)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유인했다. 그리고 ‘섬에 팔아버린다’고 협박해 P 양 등이 보는 앞에서 A 양을 성폭행하기에 이른다. 조사 결과 이 같은 J 군의 행동은 A 양을 성매매에 투입하기 위한 ‘길들이기 작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을 경악케 했다.
J 군 일당의 은밀한 성매매 행각은 결국 이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친 A 양이 가족에 알려 경찰에 신고를 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됐다. 이들 10대들은 80여 차례의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유흥비로 탕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고교생 신분인 J 군이 성인을 능가할 정도로 ‘능숙한’ 포주 행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조사 결과 J 군은 이미 2년 전 성폭행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전력이 있었으며 한때 서울 시내에서 이른바 ‘보도방’ 영업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J 군은 일찌감치 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게 됐고, 그것은 결국 J 군이 윤락가 포주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경찰은 현재 J 군의 통신내역 등을 조회, P 양 등과 성매매를 한 남성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다. 성매수를 한 남성들의 정확한 신상은 아직까지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지만 P 양 등의 진술에 따르면 일반 회사원뿐 아니라 의사와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남성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파가 더 커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미성년자들의 성매매가 얼마나 만연해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어린 소녀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일부 남성들의 잘못된 성의식에 가장 문제가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