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5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 1460주(43.39%) 가운데 502만 2170주(13.39%)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하기로 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착수했다.
매각 희망 단가는 이날 현대글로비스 종가 23만 7000원 대비 2∼4% 할인된 22만 7520∼23만 2260원으로 정해졌다.
블록딜 대상 물량이 전량 소진되지 않으면 주간사인 시티글로벌증권에서 잔여 물량을 인수키로 했다.
이번 매각으로 정 회장 부자는 1조 1426억~1조 1664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블록딜 재추진이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개정 취지에 적극 부합하기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은 지난 2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를 초과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에 이를 규제하고 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진다. 그럼에도 정 회장 부자는 등 현 지배주주의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 지위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배주주 지분율은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현대차 등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등을 감안하면 우호지분은 40% 수준에 달한다.
또한 앞서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후계 승계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블록딜 재추진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월 12일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 부자의 블록딜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30만 원 수준에서 23만 원대로 하락해 줄곧 이어지고 있다. 정 회장 부자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신속하게 지분 매각을 재추진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블록딜 이후 남는 잔여 지분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예수 조건이 있어 이번에는 주가가 그렇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