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가천대 길병원.
특히 의료 취약지 응급환자의 신속한 처치와 이송을 위해 도입된 취지에 맞게 많은 생명을 살리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이 20011년 9월 도입 이후부터 올해 1월말까지의 닥터헬기 환자 이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436건을 출동해 408명을 이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강화․옹진군 등 도서지역 환자는 247명으로 약 60%가 섬지역 환자였다.
옹진군에서는 덕적도 42명, 연평도 34명 등 총 153명을 이송했고 강화군에서는 강화도를 포함해 석모도(9명), 주문도(4명) 등 94명을 이송했다. 나머지 환자는 검단 등 인천 지역 내륙이었고 일부는 김포, 당진 등 인천 인접 지역에서 이송됐다. 질환별 유형으로는 중증외상이 1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출혈이 55명, 뇌경색 26명, 심근경색 17명, 심정지 9명, 기타(농약 중독, 호흡 곤란 등) 191건 순이었다.
인천에서 운행되고 있는 닥터헬기는 전국 4대(인천, 경북, 전남, 강원)의 헬기 중 운항 반경이 가장 넓다. 옹진군 섬 중 백령도를 제외한 연평도(130㎞)까지 운항하고 있다. 인천 다음으로 원거리를 운영하는 전남 닥터헬기가 흑산도(91㎞)까지 운항하는 것과 비교하면 약 40㎞ 정도를 더 운항하는 셈이다.
인천 닥터헬기는 도입 초기 안정성 등의 이유로 운항 반경을 50㎞로 했다가 도서 지역 환자 이송에 최적화하기 위해 운항 반경을 현재 수준으로 늘려왔다.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헬기가 운항하는 거리가 멀수록 탑승하는 조종사 및 의료진의 위험 부담이 커지지만 섬 환자들에게 닥터헬기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을 생각해 모든 의료진이 기꺼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헬기에 타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헬기 운영에 필요한 인력(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간호사 2명, 코디네이터 1명)을 자비로 지원하는 등 닥터헬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닥터헬기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평도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김모(40)씨는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가슴과 다리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갈비뼈와 허벅지뼈(대퇴부)가 부러지고 폐도 손상되는 큰 부상이었다. 김씨는 연평도 현장으로 날아간 의료진에 의해 현지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닥터헬기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연평도 주민 이모(57)씨가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던 중 큰 부상을 입고 닥터헬기로 이송됐다. 오른쪽 다리가 거의 절단될 위기에 놓인 심각한 상황이었다. 처치와 이송이 늦어지면 다량 출혈로 인한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올 1월에는 덕적도에 사는 김모(47)씨가 상부위장관 출혈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건강하게 퇴원했다.
연평도에서 육지까지 배로 이동하려면 최소 2~3시간이 걸리지만 닥터헬기로는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덕적도에서는 20분이 걸린다. 또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환자에 대한 처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구조용 소방헬기와는 큰 차이점을 갖는다.
2012년 5월 뇌출혈 증상으로 닥터헬기를 통해 이송, 치료를 받은 백모(58․시도 거주)씨는 “섬에 살면 병원에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항상 불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있는데 닥터헬기가 있으니 든든한 마음이 든다”며 “의사가 헬기를 타고 바로 와주고, 별도로 이용료가 들지 않아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닥터헬기는 섬이 많은 인천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며 도서지역 보건지소, 협력병원, 구급대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활동을 벌여온 만큼 더 많은 섬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