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걸’ 원해요” 룸마다 ‘수입꽃’ 만발
한국으로 원정을 온 외국인 업소녀들의 인기가 서울 강남은 물론 울산 대구 부산 등 전국으로 퍼져 한국인 업소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여기저기 룸을 다니다 보면 필리핀이나 태국 아가씨들이 들어가 있을 때가 많아 놀랐다. 한 번은 단체손님이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이미 필리핀 아가씨 2명이 앉아 있었다. 한국말이 서툴러 손님과 제대로 대화를 하진 못해도 영어를 섞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되는 것 같았다. 노래 잘 부르고 춤도 잘 추지, 손님들도 걔네들만 예뻐하고 팁도 많이 챙겨줘 기분 나빴다.”
최근 유흥업계에 외국인 여성 비상이 걸렸다. 한때 논란이 되었던 해외 원성 성매매는 ‘남의 일’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한국 여성들의 밥줄을 노리는 외국인 업소녀들을 어떻게 몰아내야 하느냐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외국인 업소녀들이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외국인 전용 주점이나 퇴폐 마사지 업소에서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한국인 업소녀들과는 활동영역이 부딪치지 않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외국인 업소녀들이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발판은 노래방 도우미였다. 외국인 업소녀 중 동남아 출신들은 현지에서 노래나 춤 교육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아 수준 높은 공연에 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다 마음이 맞으면 성매매까지 이뤄졌다.
이렇게 노래방을 접수한 외국인 업소녀들은 본격적으로 무대를 넓혀 룸살롱, 클럽, 휴게텔, 오피스텔까지 진출했다. 노래와 춤은 부가적인 것이 됐고 처음부터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업소녀들이 증가하자 자연스레 한국인 여성들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외국인 업소녀의 인기는 콧대 높은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울산, 대구, 부산, 경북, 포항 등 전국으로 퍼져 한국인 업소녀의 심기를 건드렸다.
밥줄을 위협받는 것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업소녀들의 ‘나긋나긋한’ 서비스에 길들여진 손님들이 어쩌다 한국인 업소녀들과 어울리게 되면 백발백중 불만을 터뜨려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한국 아가씨들보다 스킨십도 잘 받아주고 고분고분해 좋다. 동남아 아가씨들의 서비스 정신을 배워야 한다.”
“노래나 춤 교육을 받고 온 애들이 많아 확실히 한국 아가씨들보다 실력도 뛰어나고 분위기 살릴 줄 안다.”
“한국 아가씨들은 수표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데 동남아 애들은 팁 몇 만 원에 고마워하니 돈 쓸 맛이 난다.”
이렇게 손님들이 대놓고 외국인 여성과 한국인들을 비교해가며 서비스를 따지게 되는 상황으로 발전하면서 업소녀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말로만 괴롭히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동남아 아가씨들은 이런 거 다 해주는데 넌 왜 안 하느냐”며 무리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손님들까지 생겨나니 외국인 업소녀들에 대한 한국인 여성들의 불만은 하늘로 치솟았다. 유흥업계도 나름 장소와 가격에 따라 서비스 수준이 정해져있었는데 이를 무너뜨리니 불만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서울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40대 이 아무개 씨는 “영업장에 외국인 아가씨들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싸해진다. 외국인 아가씨들이 먼저 지목을 받으면 ‘죽이고 싶다’ 등 온갖 욕설이 튀어나온다.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대기실을 따로 나눠놨고 정말 급할 때가 아니면 같은 방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외국인 업소녀들이 약간 기가 죽어있는 상태지만 자기들끼리 연대가 형성되면 아마 한 번은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다. 이런저런 꼴 보기 싫은 한국 아가씨들은 아예 자기들이 해외로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주까지 눈치를 볼 지경에 이른 한국인 업소녀들과 외국인 업소녀들의 갈등은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끊임없는 수요와 더불어 업주들도 외국인 업소녀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앞서의 이 씨는 “불경기라는 말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거라 참을 만한데 요즘은 아가씨들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 제멋대로인 아가씨들에 지쳐 업종을 변경하는 업주들도 많다”며 “그런데 동남아 아가씨들은 말도 잘 듣고 인건비도 싸다보니 같이 일하기가 편하다. 예전엔 대부분 불법체류자들을 써서 한 번 단속에 걸리면 크게 당해 위험했지만 요즘은 관광비자나 예술흥행비자(E-6)로 들어온 애들이 많아 그리 위험하지도 않아 외국인만 데리고 있으려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흥업소에 외국인 여성만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브로커들까지 생겨났다. 이 씨의 말처럼 보통 동남아 여성들은 E-6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한다. 비자발급부터 일자리 구하기까지 모든 일을 여성들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우니 브로커들이 접근하는데 지난해 9월 대구에서는 태국인과 스리랑카인 브로커까지 동원된 외국인 여성 성매매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동남아, 러시아 등 외국 여성 15명을 관광비자로 입국시킨 뒤 인천, 구미, 조치원 등에 있는 성매매업소에 소개해줘 불과 8개월 만에 45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소개비를 받지 않는 대신 넘겨준 여성이 성매매를 할 때마다 1만 5000원~2만 원을 떼는 사실상 포주 역할까지 했다.
자국 여성들을 타국에 팔아넘기는 브로커까지 등장할 정도로 현재 유흥가는 외국인 업소녀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오늘도 한국인 업소녀들과 외국인 업소녀들의 소리 없는 전쟁에 시한폭탄과 같은 밤이 지나가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코리안걸’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열도남 -> 대륙남 ‘바통터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유흥업소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반 업소에서는 의사소통, 단속 등의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받지 않는 곳이 꽤 많아 틈새시장을 노리고 생겨난 것으로 과거엔 일본인이 대세였다면 요즘엔 중국인이 주요 고객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상대하는 외국인 전용 업소들과는 달리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장을 차리는 대신 출장 형태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호텔 등에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광고, 모집책, 인터넷 등을 보고 연락을 주면 그들이 머무는 숙소에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위험성도 따르지만 나름의 장점 덕분에 어렵지 않게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성매매 여성 입장에서는 일단 손님들이 잠깐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신분이니 신상노출의 위험도 적다. 또한 말이 통하지 않아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을 만날 확률도 낮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 일본 손님이었는데 이들은 매너가 좋아 일하기 편하다는 평이 자자했다. 무엇보다 급여가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짭짤하다. 기본수당도 1.5~2배 이상인 데다 팁까지 받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돈 잘 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해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하룻밤에 100만 원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성매매 여성들도 있을 정도다. 특히 제주도는 넘쳐나는 중국인 손님들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라 여기저기 ‘원정 성매매’를 모집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제주는 나름 텃세가 심한 지역으로 분류돼 외지 여성들이 찾지 않는 곳이지만 요즘엔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단기간 이들을 상대로 목돈을 모아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간혹 마음 맞는 중국인 관광객 손님을 만나면 며칠씩 함께 호화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박] |
업소녀들 사진 공포증 ‘전단지 속 그녀는 어디 갔나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유흥업소에서도 통한다. 손님 끌어 모으기엔 수백마디의 달콤한 광고 문구보다 잘 빠진 몸매를 드러낸 사진 한 장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업주 입장에서는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여간해선 ‘오케이’를 받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업소녀들이 프로필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무엇보다 아무리 얼굴이 가려진다고 해도 한 번 찍힌 사진은 평생의 족쇄가 된다는 것. 대학생 시절 잠깐 화류계에 몸 담았던 한 여성은 “급히 돈이 필요하거나 처음 일을 시작하는 애들이 아니면 절대 프로필 사진을 찍지 않는다. 업주들은 신상 털릴 일 없다면서 애들을 꼬드기는데 상반신 누드 사진만으로도 여자를 알아보는 손님도 있어 무섭다”며 “게다가 한 번 사진을 찍으면 다른 업소로 옮기거나 이 바닥을 떠나도 지워주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퍼다 쓰니 사실상 삭제할 방법도 없다. 결국 영원히 인터넷에서 떠돌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발목을 잡으니 누가 사진을 찍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 번 찍힌 사진은 언제 어디서 문제가 될지 모르는데 지난달 마카오 원정 성매매 일당이 붙잡혔을 때도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경찰 측에서 증거자료로 공개한 성매매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이 말썽이었다. 수십 장의 사진 가운데 성매매 종사자이기는 하나 마카오에는 가지 않은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까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본 프로필 사진 속 일부 여성들이 자신들은 마카오에 가지 않았다며 항의전화를 걸어왔다. 모자이크 처리가 완벽히 된 것이라 누가 봐도 신원 구분이 불가능했으나 자신들은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조사해 보니 모집책들이 원정 성매매에 대해 문의하는 여성들에게 일단 사진을 요구한 뒤 모두 저장해놓고 현지에서 마구잡이로 써서 생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다 보니 유흥업소에서 사용되는 프로필 사진은 내 것 네 것 할 것 없이 서로 도용해 쓰거나 전문 업체들이 끼어든 경우가 많다. 모델 섭외, 촬영, 편집, 배포까지 처리해주는데 여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 명의 모델이 여러 업소에 얼굴을 파는 구조라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점이다. 간혹 모델들 사진을 보고 업소를 찾았다가 “왜 이런 사람이 없느냐”고 따지는 손님들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럴 때면 대부분의 업주들은 얼렁뚱땅 비슷한 여성을 들여보내곤 ‘배 째라’ 식으로 나오니 뒷감당은 고스란히 업소녀들의 몫이다. 여기에 ‘볼 일’을 다 보고 광고에서 보던 여자가 아니라며 환불을 해달라는 손님도 있어 업소녀들은 모델이 등장하는 프로필 사진도 좋을 리 만무하다. 한편 업소녀들이 싫어하는 또 다른 사진이 있었으니 바로 ‘인증샷’이다. 개인 소장용으로 성매매 모습이나 업소녀들의 사진을 원하는 남성들이 있는가하면 인터넷 공유를 위해 인증샷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성인전용 커뮤니티사이트에 업소녀들의 사진을 올려 몸매, 서비스, 가격 등을 서로 공유한다. 자신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만큼 이를 반길 업소녀는 없지만 인증샷이 끊이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남성들이 직접 찍어 올린 인증샷은 광고효과가 뛰어나 업주들이 부추기는 것. 손님들에게는 인증샷과 함께 후기를 남기면 할인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소녀에게도 건당 3만~5만 원의 보너스를 주는 식이다. 물론 프로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업소녀들이 거부를 하지만 몰래 찍는 것까진 막을 수 없으니 이래저래 사진이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