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력 치료 받았더라면…”
91년 경찰에 투신한 장석영 팀장(41·경위)은 한순간에 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 남자의 끔찍한 범행을 두고 당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당시 언론에서 짐승보다 못한 남자의 살인행각에만 초점을 두고 보도하는 것을 보고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올해로 경찰생활 17년째를 맞은 장 팀장은 차분하고 꼼꼼한 수사를 지향하는 수사관으로 유명하다. 또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통해 정리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일까. 장 팀장은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당시 수사상황뿐 아니라 그 사건에 얽힌 뒷얘기들까지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워낙 ‘일 욕심’이 많다보니 신혼 초에도 열흘에 한 번꼴로 집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장 팀장은 “요즘 젊은 후배들은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소신을 갖고 힘든 강력반에 지원해 열심히 뛰는 후배들이 대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장 팀장은 팀을 지휘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요즘도 주요 사건이 터지면 팀원들과 함께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다. 팀장이 움직여야 팀워크가 살고 관내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이 터지면 사흘 만에 2~3㎏은 그냥 빠지는 것 같아요.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데다가 식사마저 불규칙하니 그럴 수밖에 없어요. 특히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까지 받으니 담배는 좀 많이 피우게 되나요. 그래도 경찰은 제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뛰느냐 하는 게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