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꿈’ 쫓다 ‘돈의 노예’로
지난 한 주 국민들을 충격과 혼란 속에 빠트렸던 이호성(41)의 네 모녀 피살사건을 두고 한때 이호성과 해태에서 동료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 출신들은 하나같이 은퇴 당시의 배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동료는 “예식장을 할 때만 해도 사업이 잘 됐다. 욕심 부리지 않고 예식장 사업에만 전념했어도 호성이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호성이 유명 야구 선수에서 사업가, 그리고 살인자로 내몰리다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게 된 과정을 가장 최근까지 그를 지켜본 지인들을 통해 그의 인생을 되짚어봤다.
야구 선수 출신 B 씨는 “호성이가 웨딩사업을 할 때만 해도 잘나갔다. 그러나 사설경마에 손을 대고 어쩔 수 없이 조폭과 연계되면서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면서 “임대분양권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끌어 모으다 사기 혐의로 구속된 부분은 호성이도 피해자다. 호성이도 투자 권유를 했던 사람 말만 믿고 아는 사람들을 소개했다가 자신도 당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성과 교류를 나눴던 야구관계자 C 씨는 2007년 초에 만났던 당시의 상황을 끄집어냈다.
“지난 봄에 잠깐 만난 적이 있다. 안부를 물었더니, (빚문제) 해결이 많이 돼간다며 부지런히 일해서 꼭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하더라. 사설경마장 사업으로 100억 원대 이상의 빚을 졌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걱정했는데 오히려 걱정 붙들어 매라며 자신 있어 했다. 그 즈음에 호성이를 통해 살해된 김 씨를 처음 알게 됐다. 호성이와 함께 김 씨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간 것이다. 외모나 품성도 좋았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보여 호성이에게 결혼하게 되면 연락 달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이호성은 전 부인과 1년 전에 별거가 아닌 이혼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호성이가 사업에 손대고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등 정신없이 사는 동안 아내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면서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아들 때문에 쉽게 이혼을 못하다가 1년 전에 이혼 수속을 마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야구인 D 씨는 최근까지 이호성이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다며 운을 뗐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호성이 말로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 모르겠다. 그런데 호성이 휴대폰 번호가 계속 바뀌어 이유를 물었더니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 그 후론 호성이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연락이 안 됐다.”
D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 조심스럽게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런 얘기를 털어놨다.
“경찰에선 호성이가 돈 1억 7000만 원 때문에 모녀 4명을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는데 수십 년간 호성이를 봐 온 나로선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분명 ‘뭔가’가 있다. 호성이는 그 ‘뭔가’를 감추기 위해 혼자 모든 걸 떠안고 죽음으로 끝을 맺으려 한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호성의 측근 중 한 명은 “지금은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호성이가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인 건 절대 아니다”면서 “그 이유 말고 다른 게 분명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말할 수가 없다. 호성이는 살인자이고 비통함에 잠겨 있는 네 가족의 유족들이 있는 상황에서 설명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신문을 보고 있으면 갑갑할 따름이다. 오보도 많고 어이없는 부분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걸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호성이는 살인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2일 장례를 치른 이호성의 화장식에는 큰형과 몇몇 지인들만 참석했을 뿐 가족들은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