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25일 국회 본회의장. 이해찬 총리가 야당 폄하 발언에 대한 사과 없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대독하자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퇴장해버렸다. 박근혜 대표(원안)와 그 옆의 김덕룡 원내대표 등이 썰렁한 한나라당 의석을 지키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하지만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정작 박 대표 자신은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도 새 나온다. 미혼의 여성 정치인으로서 느끼는 고독감이 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최근 기자에게 “박 대표가 요즘 의원들과 활발하게 접촉을 가지며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정작 대표 자신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처럼 보이더라. 술도 거의 하지 않고 골프도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없다. 만찬이 끝나면 9~10시쯤 집으로 가는데 누구도 반겨주지 않는 곳에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박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정국 조언을 하려고 해도 주변 시선 때문에 함부로 만나지도 못한다. 자택에서 조용히 만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당의 공식 만찬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차로 이어지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진영 대표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박 대표와의 공식 일정이 끝나면 국회에서도 사무실 안에까지 들어가지 않고 의원회관 입구에서 헤어진다. 또한 저녁 만찬이 끝나도 박 대표는 대개 집으로 가고, 거기서 헤어진다. 급한 일로 박 대표 자택이 있는 삼성동 근처까지 한번 간 적은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공식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경비원 2명과 집안 일을 봐주는 사람 외에는 말 붙일 사람도 없으니 더욱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을 사귈 기회나 시간이 없었다.
그는 최근 이에 대해 “대학 졸업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내가 어머니 역할을 대신했다. 어머니가 하시던 봉사활동 등 스케줄이 많아 청바지 입고 놀러 다닐 시간이 없었다”고 밝히면서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진 친구가 별로 없다. 살다 보면 특별한 일도 많고 기대고 싶은 때가 있는데 친구들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친구는 세상의 보석보다 중요하다”고 밝히며 친구의 부재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표가 지난 8월 자신의 미니홈피 1백만1번째 방문자와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 | ||
이밖에 박 대표의 여가 생활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표실 관계자들은 “개인 일정은 박 대표 자신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안다고 해도 사생활은 절대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박 대표의 집 주소도 ‘대외비’로 취급되고 있다. 박 대표가 미혼이기 때문에 사생활이 노출될 경우 그만큼 구설수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대표실에서는 그의 사생활 보호에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사실 박 대표는 ‘당 대표’가 되기 전 국내외 인사들을 두루 만나곤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나 그 자제들과 빈번한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프랑스 유학을 갔다온 인연으로 해서 프랑스 문화를 전공한 교수들과도 잦은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박 대표를 만났던 한 교수는 이에 대해 “와인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어서 놀랐다. 프랑스어도 곧잘 구사했고 매너도 세련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대표가 된 뒤 몇 번 만나자고 연락을 했지만 바쁜 일정 때문인지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의 식사정치 횟수가 잦아지면서 그의 개인 스케줄 란은 더욱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진영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요즘은 당 행사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주로 혼자 있는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빠서 그동안 해오던 요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표실에서 너무 당의 공식 행사 위주로 일정을 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이벤트성 행사를 많이 가져 국민들과의 친밀감도 높이고 대표의 외로움도 덜어주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진영 비서실장의 전언이다. 그는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음악회나 콘서트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곳에 가면 행사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 대표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 행사를 망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런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7월22일 가수 이승철의 콘서트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가진 이래로 지금까지 ‘오락시간’을 가진 적이 거의 없다.
박근혜 대표는 최근 ‘식사정치’를 통해 1백20명 한나라당 의원들을 골고루 어루만지고 달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방전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