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연구개발사업 경쟁 입찰에서 삼성전자의 내부 자료를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LG전자 에어컨사업본부 허 아무개 전 상무(54)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안 아무개 전 평가위원(60)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허 전 상무 등은 지난 2009년 5월 에너지평가원이 주관한 ‘고효율 20마력급 VRF 히트펌프 개발 및 보급, 평가기술 개발’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제출한 국책과제 사업계획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허 전 상무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내용이 더 우수한 사실을 알고 부하직원 윤 아무개 씨를 통해 안 전 평가위원으로부터 삼성전자 사업계획서를 USB에 담아 넘겨받았다.
안 전 평가위원은 당시 에너지평가원이 사업 심사를 위해 선정한 10명에 포함돼 이메일을 통해 삼성전자 사업계획서를 보관하던 중 허 전 상무의 요청으로 자료를 통째로 넘겼다.
허 전 상무는 삼성전자 사업계획서에 담긴 개발목표, 추진방법 및 전략, 사업화계획, 총사업비, 연구원현황 등을 토대로 LG전자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고, LG전자는 경쟁 입찰에서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책과제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편 이 사건은 별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윤 씨가 기술 유출 사실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앞서 윤 씨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구속 기소돼 징역 4년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채훈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