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제자에 비비적대곤 “말하지마” 500원 ‘툭’
▲ 담임 교사의 성추행 장면을 학생이 직접 촬영한 사진. MBC 뉴스화면 캡처. | ||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원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이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원주시 교육청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인 A 씨(60)는 자신의 학급 학생 6~7명을 상대로 성추행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담임을 맡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아이들을 뒤에서 껴안고 신체의 특정 부위를 만지는 식으로 성추행을 해왔는데 피해 학생들 중에는 남학생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한 학생이 직접 찍었다는 사진에는 A 씨가 한 학생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몸을 밀착시킨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피해 학생들은 A 씨가 컴퓨터를 가르쳐 준다는 이유로 몸을 비비고 신체 일부를 만지는 식의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 학생이 적은 일기장에는 A 씨의 성추행 행위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그간 아이들이 받았던 정신적 충격을 짐작케 한다. A 씨는 제자들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기도 했는데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 씨는 제자들에게 ‘몹쓸 짓’을 한 뒤 태연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500원에서 1000원씩 주기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해 담임교사의 행동에 저항하거나 거부의사를 드러내기 어려운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학부모들은 “A 씨가 정년을 앞두고 있어서 더 믿었다”며 ‘손자’ ‘손녀’뻘인 제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해온 사실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A 씨의 성추행 사실은 피해를 당한 한 여학생이 고민 끝에 부모에게 성추행 사실을 호소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조사 결과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추가로 나오면서 수개월간 이어져온 A 씨의 인면수심 행각은 그 베일을 벗게 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A 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고 지난 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믿었던 교사에게 발등 찍힌 학부모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피해학생의 학부모를 포함한 23명은 원주경찰서에 A 씨를 고소함과 동시에 시민단체 등이 A 씨에 대한 구속 조사 및 파면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 제자들에게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교사는 단순히 그만두는 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
학부모들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원주지회와 원주여성민우회, 원주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학교 측의 안이한 대처에도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교 측은 A 씨에게 질병휴가원만 받았다가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사직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사건을 즉각 상부에 보고하고 고발 조치해야 마땅한데 사건 은폐 및 무마를 시도했다”며 “직무를 유기한 책임을 물어 학교장에게도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선 죄를 엄히 물어 구속수사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경찰은 학부모들이 고소한 지 3일이 지나도록 피해자 조사만 벌이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A 씨가 잠적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내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교육당국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한장수 강원도교육감이 사과까지 했지만 충격이 컸던 만큼 여진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