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막 합격한 청년인데”
92년 경찰에 투신한 이형규 팀장(43·경위)은 10대들의 끔찍한 강도살인 행각에 대해 얘기하면서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이 팀장은 가정과 학교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들을 만나 무서운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죄는 밉지만 아이들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지요. 무조건 ‘불량 청소년’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4명 모두 어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황의 아이들이었거든요. 겉으로는 껄렁껄렁하고 불량스러워보여도 마음 한 구석에 상처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이었죠. 조사를 마친 후 최성재가 그러더라구요. ‘엄마가 보고 싶다고, 단 한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이 팀장은 피살된 김재석 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살해된 김재석 씨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나주세무서에 출근한 지 한 달밖에 안된 상태였어요. 꿈에 그리던 공무원이 돼서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더라구요. 사람이 착하고 성실해서 평판도 좋았다는데…. 억울한 청년의 죽음에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