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연구관은 당시 수사기록에 ‘홍민자는 편집성 망상증 기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주목, 이같이 분석했다. 버스에서 우연히 주운 다른 학생의 신분증은 그녀의 마음 깊이 내재해있던 열등감과 억제해온 욕망에 불을 지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셈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짓이 필요한 법”이라는 김 연구관은 홍 씨가 수년 동안 이어온 자신의 거짓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한 나머지 전전긍긍하다가 일반 사람들은 차마 생각할 수도 없는 무서운 범행을 계획해냈다고 보고 있다. 또 애인에 대한 홍 씨의 무서운 집착은 ‘엄청난 일을 벌임으로써 나를 버린 애인에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상처를 남기겠다’는 비뚤어진 생각도 하게 만든 것 같다고 김 연구관은 분석했다.
특히 당시 수사팀이 혀를 찬 것은 홍 씨의 교묘함이었다. 홍 씨는 유괴 6시간 만에 강 양을 처참하게 살해하고서도 수차례에 걸쳐 강 양의 부모에게 강 양이 안전하게 있다고 강조하며 ‘몸값’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든 딸을 돌려받고 싶어하는 애타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거액을 송금하게 한 것이었다. 홍 씨는 검거된 후에도 태연히 ‘애인이 아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며 형사들까지 속이고 무려 3시간 이상을 끌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자살을 시도하는 파렴치함을 보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