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무릎이 바깥쪽으로 벌어진 오다리를 콤플렉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교정법도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오다리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항간에 떠도는 교정법을 무작정 따라 하면 효과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관절이 상할 위험이 있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에 의해 오다리가 된 경우 관절염 치료가 우선이다. 최신 치료법 중에서는 휘어진 무릎을 바로 세워 관절염과 오다리를 동시에 치료하는 휜다리교정술이 효과가 우수하다. 무릎 퇴행성관절염과 오다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리 꼬기,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와 같은 잘못된 자세나 좌식 생활은 되도록 하지 말고 꾸준한 운동으로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양반다리-무릎 꿇기 등 좌식생활, 오다리형 관절염 유발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오다리 5분 교정법’이 화제가 됐다. 양쪽 엄지발가락을 붙이고 뒤꿈치는 45도 벌린 뒤 무릎이 90도가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서기를 100회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인터넷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저마다의 효과를 주장하는 오다리 교정법이 돌고 있다. 이런 방법들은 척추나 골반 등을 교정하고 흐트러진 자세를 잡아주면서 어느 정도 교정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효과가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연세견우병원 배의정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뒤꿈치를 벌린 자세로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면 고관절을 열어주고 허벅지 안쪽 근육을 늘려 오다리 교정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고관절이 틀어져 오다리가 생긴 경우에만 해당하고 계속 반복하면 무릎 관절이 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 연령에서 나타나는 오다리는 퇴행성관절염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무리해서 교정법을 따라 하면 관절 마모를 더욱 가속화시켜 오다리 증상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중장년층의 퇴행성관절염이 오다리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한국인의 생활 방식인 좌식 문화와 관련이 깊다. 무릎 연골은 체중의 60~70%를 무릎 안쪽에서 지탱하고 나머지 30~40%를 무릎 바깥쪽에서 지탱해 안쪽 관절이 더 빨리 마모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한국인이 흔히 취하는 양반 다리, 무릎 꿇기, 쪼그려 앉기 등의 좌식 자세는 무릎을 130도 이상 구부리게 하고 이때 무릎 안쪽 압력이 체중의 5배까지 가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시간 좌식 생활을 하면 무릎 관절의 안쪽이 집중적으로 마모되면서 관절염이 진행된다.
◇휜다리 수술, 관절염 치료 동시에 오다리 반듯하게 펴는 효과
관절염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치료, 물리치료, 재활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다. 그러나 관절염 말기에는 관절을 교체하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오다리형 관절염인 경우에는 ‘휜다리교정술(근위부경골절골술)’이 효과적이다. 휜다리 교정술은 안쪽으로 쏠린 무릎의 중심축을 바로잡는 수술이다. 수술법은 무릎 관절이 휜 방향의 아래쪽 뼈 일부를 잘라낸 뒤 벌어진 틈을 기구를 이용해 고정하거나 자신의 뼈 또는 다른 충전재를 이용해 메워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무릎의 중심축이 조절되면 연골이 많이 남아 있는 바깥쪽으로 체중이 고르게 분산돼 무릎 안쪽 통증이 줄고 관절 수명도 연장된다. 관절염으로 인해 휜 다리를 ‘일자’로 반듯하게 펴주는 효과도 뛰어나다.
연세견우병원 배의정 원장은 “휜다리 교정술은 연골이나 힘줄, 인대, 뼈 등을 제거하지 않고 자신의 남아있는 관절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관절염을 치료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늦출 수 있어 관절염이 심하지만 수술을 받기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40~60대 관절염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과 오다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리 꼬기,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와 같은 잘못된 자세나 좌식 생활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 조절을 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운동은 걷기나 수영이 적합하다. 등산은 관절염이 없을 때는 좋은 운동이지만 관절염 환자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산은 기압이 낮은 환경에서 무릎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허벅지 근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나 관절염 환자에게는 무릎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누운 자세로 탈 수 있는 고정식 실내 자전거가 추천된다. 관절염 환자는 의자에 앉아 허벅지에 힘을 주면서 무릎을 폈다 구부리는 운동만으로도 근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움말 연세견우병원 배의정 원장]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