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일급 비밀을 ‘업로드’
‘××동 신○○’. 얼마 전 각종 P2P(파일 공유 프로그램)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상위권을 랭크하던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 제목이다. 인천의 한 지역명과 동영상 속 인물의 실제 이름을 따서 제목을 붙인 이 동영상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파일은 ‘성행위 동영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규제대상이 되면서 곧바로 사라지긴 했지만 한때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상위권에 들었을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유포자가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동영상 속의 여자친구와 사이가 멀어지자 악의적으로 유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던 것. 이에 누리꾼들은 ‘남자친구를 믿었던 여자가 불쌍하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그럴 수 있느냐’는 등 비난을 쏟아냈고 원색적인 욕설까지 해댔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범인은 뜻밖에도 다른 데 있었다.
‘××동 신○○’ 동영상 유포자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10월 초. 신고자는 동영상 속의 남자 주인공 A 씨. A 씨는 자신의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나돌자 곧바로 인천 연수 경찰서에 진정서를 냈다.
인천 경찰서는 원래 이와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유포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었는데 A 씨를 의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A 씨는 해당 동영상을 자신이 찍은 것은 맞지만 그 누구에게 보여준 적도 공유한 적도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동영상의 유포경로를 역추적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후 경찰은 2개월여의 기나긴 추적 끝에 지난 12월 10일 해당 동영상의 최초 유포자로 김 아무개 씨(33·무직)를 긴급체포하게 됐다. 하지만 검거된 김 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경찰의 애를 먹였다. 결국 경찰은 A 씨를 불러 대질신문을 했고, 그 결과 김 씨의 정체가 드러났다. 김 씨는 A 씨가 두 달여 전 노트북을 맡겼던 한 컴퓨터 A/S 센터의 수리기사였던 것.
A 씨의 노트북 수리를 맡은 김 씨는 수리에 앞서 본체에 담긴 자료를 백업하면서 문제의 동영상들을 발견하게 됐고 이를 자신의 컴퓨터에 몰래 옮기고 원본 파일은 모두 삭제해 버렸다.
며칠 뒤인 10월 3일 김 씨는 이 동영상을 유명 P2P 사이트에 업로드시켰고 그때부터 이 동영상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 동영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P2P 사이트에서는 현재까지도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