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자와 김 감독의 인연부터 얘기를 시작해 보자. 김 감독은 MBC 교양국 PD 출신으로 방송국을 그만둔 뒤 외주프로덕션을 운영했다. 그렇지만 방송계의 최대 치부 가운데 하나인 맛집 프로그램 이면의 비리를 까발린 <트루맛쇼>를 선보이며 자신의 외주프로덕션을 스스로 위기로 내몰았다. MBC 출신인 김 감독의 영화 <트루맛쇼>를 상대로 유일하게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상파 방송사가 유독 MBC라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사실 더 치명적이었을 법한 지상파 방송사는 가만히 있었는데 말이다. 여하튼 <트루맛쇼>로 인해 김 감독이 운영하던 위주프로덕션은 지상파 방송국에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하기 힘겨운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몇몇 프로그램에 정리됐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자가 오랜 기간 고정 출연을 해왔던 프로그램이다. 따지고 보면 기자 역시 <트루맛쇼>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데 영화 <트루맛쇼>를 직접 본 뒤 피해자라는 마음은 접었다. 이처럼 좋은 영화가 만들어져 관객들을 만나게 됐으며 기자 역시 그 관객 가운데 한 명이라는 기쁨이 그 정도의 약소한 피해는 금세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MB의 추억>도 매우 좋았다. <트루맛쇼> 개봉 당시 이미 김 감독은 <MB의 추억>이라는 새 영화에 대한 계획을 언급한 바 있어 내심 개봉을 기다린 작품이었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른 확실한 포인트가 있다. <트루맛쇼>의 경우 맛집 프로그램의 비리를 정면으로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진정한 포인트는 실제로 김 감독이 식당을 열고 직접 운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식당을 엄청난 맛집으로 포장해 실제로 지상파 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에 나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고스란히 영화 <트루맛쇼>에 담겼다.
<MB의 추억>은 2012년 유권자 관점에서 2007년 MB의 대선 활동을 되돌아본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MB의 잘잘못을 다룬 콘텐츠는 수없이 많지만 <MB의 추억>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2012년 유권자 관점에서 본 2007년 MB의 대선 활동’이라는 단순한 설정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수많은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모든 대통령은 MB처럼 대선 활동 당시 수많은 공약을 내놓고 친서민적인 행보를 보인다. 그런 모습을 해당 대통령의 임기 이후에 되돌아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또 누군지 알 수 없는 차기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반복될 수 있다. 아니 꼭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쿼바디스>는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감독이 이번에 도입한 방식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모어(이종윤 분)가 한국을 찾아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취재하고 촬영한다는 방식이다. 마이클 모어가 논란의 한국 교회 목사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는 방식인데 여기서 목사 역할은 안석환 등의 배우들이 대신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 남명렬이 예수 역할로 출연하 데 배우들이 실존 인물인 목사들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예수 역할까지 대역으로 출연시킨 부분은 다소 과한 게 아닌가 싶어 보이기도 한다.
여하튼 영화 <쿼바디스>는 이런 마이클 모어의 취재기를 픽션으로 영화의 중심축으로 세워 두고 여기에 실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다큐멘터리로 붙여서 완성된 영화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모어의 한국 교회의 문제점 취재’라는 픽션을 활용한 다큐멘터리도 분명 새로운 시도이긴 하다. 그렇지만 김 감독의 전작인 <트루맛쇼>와 <MB의 추억>만큼 뛰어나진 않다. 이로 인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김재환 감독 작품’치곤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기대치가 컸기 때문이랄까.
그렇지만 이런 부분은 김 감독이 차기작에서 분명히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트루맛쇼>로 인해 김 감독의 외주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던 프로그램이 제작을 중단하면서 기자 역시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을 무렵 김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트루맛쇼>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차기작인 <MB의 추억>에 대한 얘기도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이 제작하려다 무산된 영화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매우 기발한 발상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사회에 대한 고발이 매우 충격적인 수준의 영화였다. 당장은 무산됐지만 나중에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힌 그 영화도 이제 다시 한 번 제작을 시도할 시점이 됐다. 당시 김 감독과의 약속을 존중해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선 함구하겠다. 그렇지만 김 감독의 기획이 제대로 영화화된다면 최고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로 끝나지 않고 한국 사회를 강하게 뒤흔들 수도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니.
다시 영화 <쿼바디스>로 돌아와 보자. 이 영화는 사실 새로울 게 거의 없다. 그동안 한국 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을 총망라한 것이라 보는 게 정확해 보인다. 3000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건축비로 새로 짓고 있는 ‘사랑의 교회’ 건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 영화는 조지 워커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을 초청한 평화기도회,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을 다룬다. 이어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 부자 이야기를 거쳐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 등을 그린 뒤 한국 교회의 세습 문제, 과도한 은행 대출로 인한 교회 신축과 그에 따른 교회 경매 문제 등을 얘기한다. 한국 교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한 편의 영화로 응축해 놓은 것이 영화 <쿼바디스>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한국 교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영화 <쿼바디스>가 해낸 일이다.
아쉬운 부분은 끝까지 영화가 희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한국 교회가 곧 멸종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지만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이 영화가 그려낸 한국 교회의 현주소다. 아무리 김 감독이 한국 교회의 희망을 얘기하고자 했을지라도 이미 현실이 너무 암울한 게 아닐까. 희망을 얘기하기 힘들 만큼 한국 교회의 문제가 너무나 심각한 건 아닐까.
그나마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고 옥한흠 목사(사랑의 교회 설립자)의 설교 내용이 작은 햇살처럼 느껴졌다. <쿼바디스>보다 조금 먼저 개봉한 영화 <제자, 옥한흠>을 봐야 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쿼바디스>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에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기자 역시 기독교 신자이지만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편은 아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등록하고 다닌 교회가 전병욱 목사가 이끌던 시절의 삼일교회였으며, 그 이후에는 동네 교회에 등록하지 않은 채 비정기적으로 나가는 정도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핑계 삼아 주일을 잘 지키지 않는 소위 말하는 ‘나이롱 신자’인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며 기자의 이런 나태한 행위도 한국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맞닿아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한국 교회의 다양한 문제는 목회자와 장로 등을 중심으로 표면화되고 있지만 결국은 기독교 신자들, 교회의 신도들이 변해야 한국 교회의 진정한 개혁이 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봤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모든 기독교 교인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냉정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며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제대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