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경찰서는 쌍둥이 행세를 하며 현역 군인에게서 거액을 뜯어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송 아무개 씨(여·36)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육군 소령 A 씨(37)로부터 103차례에 걸쳐 투자금 명목으로 7억 5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씨는 지난 2011년 1월 ‘다솔’이란 가명으로 A 씨를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았으나, 곧 A 씨가 남편과 아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남편과 A 씨, 자신이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될 것을 우려해 송 씨는 같은 해 5월 “다솔이는 죽었고, 나는 쌍둥이 언니인 다희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A 씨에게 보내, A 씨와 연락을 유지했다.
송 씨는 자신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이자 군 고위장성의 조카라며 A 씨에게 카지노사업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죽은 다솔의 가족이라는 생각에 A 씨는 흔쾌히 돈을 내줬고, 이윽고 송 씨가 A 씨로부터 빌린 돈은 7억5000여만 원까지 늘어났다.
경찰은 “송 씨는 원금과 이자 등 명목으로 중간에 5억 원 가량을 반환했지만, 나머지 2억 5000만 원은 갚지 못했다”며 “이에 A 씨는 결국 지난해 7월 송 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송 씨 역시 지난 1월 22일 A 씨가 고리대금업을 했다고 군검찰에 맞고소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조사 결과 송 씨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고, 군장성 조카도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 씨는 A 씨에게 받은 돈 대부분을 개인채무 청산에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송 씨가 지난 2010년 어린이집을 확장하면서 사채를 쓰게 됐다”며 “A 씨를 만났을 당시 어린이집은 정리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빚에 허덕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