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수사…뜻밖의 폭탄 터질 수도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클라라(왼쪽)와의 법적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성 기자
얼핏 연예계와 관련 없을 것처럼 보이는 방위산업비리 수사는 사실 여러 명의 스타는 물론 올해로 52회를 맞는 대종상영화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회장은 현재 가수 아이비와 김범수 연기자 선우재덕, 오윤아 등 20여 명의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를 실제 소유주다. 현재 회사 대표는 그의 아들이 맡고 있지만 사업 전반에서 이 회장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또한 그는 2013년부터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아 2년째 영화제를 진행해왔다. 계약은 올해까지 유효하다. 연예계는 물론 영화계에 행사하는 실력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역대 최대 규모 방산비리 수사라는 이번 사건이 정치·사회적인 관점과 별개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상당한 이유는 클라라와 이 회장의 고소공방전이 이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클라라와 이 회장의 갈등은 단순히 소속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싸움이 아닌 ‘성적인 수치심’까지 언급된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갈등 해결을 위해 경찰에 도움의 손길을 먼저 청한 건 계약상 ‘약자’인 클라라가 아닌, 이 회장이었다는 점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부분이다.
연예계에서 흔하지 않은, 이례적인 갈등과 과정으로 버무려진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이 회장이 클라라를 공갈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시작됐다. 이어 클라라 역시 지난해 12월 이 회장을 상대로 전속계약해지 소송을 냈다. 계약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데다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으로 모욕감을 줬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60대인 그룹 회장과 20대 섹시스타의 고소공방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얻기 충분했고, 갈등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약 세 달간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내용이 낱낱이 공개돼 논란은 가열됐다. 피해자로 비쳤던 클라라는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자극적인 내용의 이 문자메시지로 인해 여론의 거친 뭇매를 맞았다. 문자메시지 내용으로만 본다면 속옷을 입은 화보 사진을 회장의 휴대전화로 먼저 전송한 사람은 클라라 자신이었고, 식사와 와인 자리를 제안한 이도 클라라였다. 때문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온라인 재판’까지 받았다.
정식 재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이번 사건은 이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건의 당사자인 양측은 “예정대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연예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현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그룹 회장과 일부 계열사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도 “본사의 일과 클라라 사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별도 사건인 만큼 앞서 이 회장이 제기한 고소 사건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확고한 방침이다. 앞서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연예인들을 상대로 벌인 법적 공방에서 합의 대신 끝까지 책임을 물었던 점을 감안하면 클라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클라라가 취하는 입장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소공방이 알려진 직후 홍콩으로 출국해 한 달여간 머물러왔던 그는 이달 2일 조용히 입국했다. 이후 줄곧 “법적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 이 회장의 구속이라는 변수를 만났지만 애써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방위산업비리 연루로 인해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가진 정치, 사회적인 파장을 지켜보며 조용하게 숨죽이다가 수사 당국의 지시를 받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지가 추락할 대로 추락하고 법적인 공방에서도 사실상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던 클라라에게는 이번 방산비리가 어쩌면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용하게 합의하고 마무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짚었다.
일부에서는 방위산업비리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클라라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꺼낸다. 예상보다 수사가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진행됨에 따라 이 회장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클라라 역시 이와 관련한 뜻밖의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인 양 퍼지는 ‘루머’의 피해에 노출될 우려도 크다. 이미 이 회장의 비리 혐의가 공개될 때마다, 클라라는 ‘화제의 연관 검색어’로 거론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