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흑돼지’.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에서 사육 중인 흑돼지로서 천연기념물 표준품종으로 등록된 개체에 한정된다. 축산진흥원에서 절종 위기에 처한 제주흑돼지를 보호하기 위해 순수 혈통으로만 교배한 흑돼지를 사육,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조상은 축산진흥원이 지난 1986년 우도 등 도서벽지에서 확보한 재래종 돼지 5마리이며, 2015년 3월 현재는 흑돼지 26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제주흑돼지 개체 수 급감 배경에는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유전적 조성이 다른 두 개체 사이의 교배)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제주흑돼지의 유전자특성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외형상으로도 제주흑돼지는 귀가 작고 위로 뻗어 있다. 보통 육지 흑돼지는 귀가 크고 앞으로 뻗은 편”이라며 “육지 재래돼지와는 차별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는 제주흑돼지는 우리나라 토종 가축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3세기에 발간된 <삼국지 위지 동이전>과 18세기 성호 이익 선생이 간행한 <성호사설> 등 문헌에 따르면 제주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흑돼지를 많이 길렀다. 제주흑돼지는 제주도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하여서 체질이 튼튼하고 질병에도 강하다고 한다.
제주흑돼지는 육지와 격리된 제주도의 지역적 여건상 제주 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예로부터 돌담을 둘러 터를 잡고 변소에 돼지를 함께 두어 기르는 것을 제주도에서는 ‘돗통’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퇴비 생산이라는 생태 순환의 원리가 반영된 제주 특유의 시설로 유명하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가 혼례, 상례 등에 항상 올려지는 음식이기도 하다.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돗새끼회’(암퇘지 자궁 속의 새끼돼지로 만든 회) 등도 제주 향토 음식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주흑돼지의 엄격한 관리를 위한 규정을 제정해 안정적으로 혈통이 보존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채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