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흥행배우인 은빛과 하소연(왼쪽부터). | ||
그러나 정작 숍에서 ‘잘나가는’ 비디오는 따로 있다. 순위만 꼽자면 한꺼번에 10개씩 들여와 거의 전부 대여되는 신작의 물량을 따라가기엔 무리라 10위안에 꼽히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들 비디오는 한 개씩만 들여와도 기본적으로 깔린 ‘고정팬’ 층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본전을 건지므로 비디오숍의 숨은 공신 노릇을 한다. 바로 에로비디오 얘기다.
열 개, 스무 개씩 늘어선 신작 비디오 틈 사이에서 에로비디오들도 갓 나온 것들은 다른 장르의 신작들과 함께 당당히 ‘에로’란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처음에는 에로비디오란 장르조차 없이 한국영화 개봉작 중 ‘야하다’고 소문난 작품들만 따로 모아 구석에 꽂았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젖소부인 바람났네>가 유례 없는 히트를 하면서 한국 에로비디오가 당당하게 장르로 대접받게 됐다. ‘16mm 한국 에로비디오’란 장르가 따로 생긴 것이다.
이후 내용뿐 아니라 배우의 수준도 향상되어 중년의 ‘아저씨’ 배우는 퇴출되고 젊고 잘생긴 남자배우들과 어린 미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에로비디오도 변화를 겪고 있다. 천천히 끝까지 봐야 내용을 알 수 있는 드라마형은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 대신 비디오 재킷을 보고 사진이 얼마나 야한가에 따라 골라가는 추세다.
▲ 대여순위 1위 하소연 주연의 <이쁜이>. | ||
배우도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현재 가장 인기 높은 배우는 하소연. 다음에 팬 카페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서 그녀가 속해있는 클릭사의 경우 비디오재킷에 별다른 카피도 써넣지 않고 하소연의 얼굴만 크게 내보낼 정도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외국 에로비디오는 어떨까. “외국 에로비디오는 요즘 거의 안 본다. 한때는 <레드 슈 다이어리> 시리즈나 <터보레이터>가 대여 순위 1, 2위를 넘볼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작품이 들어오지도 않고 가끔 나오는 것들도 고객들이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며 꺼린다.
어쩌다 들어오는 일본 비디오의 경우는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곧잘 나가는 편이다.(영화마을 서대문점)” 늘 빌려 가는 이른바 ‘에로마니아’들은 주로 20∼30대 남성. 40∼50대의 고객들도 있기는 하지만 즐겨보는 정도는 아니다.
20대 신혼부부나 젊은 여성들도 에로마니아 수준까진 아니지만 새로운 에로비디오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에로마니아를 고객으로 확보하면 에로비디오 장사는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 신작이 나오면 ‘무조건 본다’. 평가는 그 다음 순서다.
“에로비디오를 보는 고객층은 예전 걸 되새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늘 신작을 찾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작품을 놓치지 않고 갖다 놓는다. 요즘은 제목이나 내용을 보고 찾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게 있어요?’라고 묻는 일도 거의 없다. 대신 선호하는 배우를 찾는 경우는 있으니까 인기배우가 출연한 작품은 빠뜨리지 않는다.
재킷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 배우가 나온 거면 그것도 들여놓는다. 직접 보는 손님 역시 같은 기준으로 고르니까.(비디오카페 가회점)” 성인방송국, 자료실 등 인터넷에 많은 고객을 뺏겨서 에로비디오계와 비디오숍들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호기심에 보던 고객들은 갔어도 여전히 에로물은 비디오로 봐야 한다고 믿는 에로마니아들 덕분에 앞으로도 당분간 에로비디오는 여전히 비디오숍의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