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연홀딩스 전하술 대표’ 이런 사람이 창조경제 모범사례라니…
학교 급식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위 작은 사진은 우리자연홀딩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한 해 매출 1000억 원을 자랑하던 경기친환경은 올 1월 경기도 학교급식사업에서 퇴출됐다.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곧바로 기각됐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5월 발표된 감사원 보고서였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친환경의 전임 대표 정 아무개 씨는 과거 농림부 산하 기관에서 함께 근무했던 전하술 대표의 우리자연홀딩스에 친환경 가공물 51개 가운데 37개의 공급권을 몰아줬다. 그런가 하면 2012년 9월부터 총 15회에 걸쳐 허위로 매입·매출전표를 작성해 친환경농산물 가공품을 납품하는 것처럼 꾸며 1억 원대 부당이익을 얻기도 했다. 우리자연홀딩스는 실제 납품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서류상 납품회사’였다.
전 대표는 현재 허위전표를 통한 부당거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자연홀딩스는 지난해 경기친환경과의 75억 원대 매출채권을 토대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50억 원대 대출을 받는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은 SK증권은 대금지급이 미뤄지자 경기친환경을 상대로 75억 원을 지급하라는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해 경기도 일선 학교에 가압류가 들어오는 소동이 일어난 원인이 됐다.
가압류 사태 당시 경기친환경 측은 우리자연홀딩스가 전임 대표와 허위거래서를 작성해 체결한 매매계약이기 때문에 채권관계가 근본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가압류가 들어오자 부랴부랴 농협으로부터 75억 원의 추가 출자를 받아 법원에 전액 공탁했다. 급식사업 탈락에 따라 추가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을 농협과 증권사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우리자연홀딩스는 지난해 1월 ‘마법 같은 U-푸드 시스템’이라는 제목으로 한 월간지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본격 알려졌다. 이후 전하술 대표는 창조경제의 모범적인 사례로 2014년 업무보고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는 호사를 누린다. 대출이 이뤄진 시기도 이 시점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자연홀딩스는 감사원 감사 적발 및 대출 관련 소동이 불거진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6차 산업화 펀드 10억 원을 타내기도 했다. 부실기업에 수십억 원대 투자를 했다는 논란이 일자 농식품부는 “감사원 감사는 우리자연홀딩스가 받은 것이 아니며, 투자 심의 시 세금체납, 가압류, 소송 여부는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친환경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전경.
<일요신문> 확인 결과, 이 금액 역시 전혀 회수가 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6차 산업화 펀드를 관리·감독해야 할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측은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서도 “실제 펀드 운용은 별도의 벤처캐피탈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펀드 운용을 맡은 L&S벤처캐피탈 측은 “우리자연홀딩스를 대상으로 회수 관련 요청을 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가 계속 미뤄질 경우 이를 환수할 계획이나 법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식품부는 2015년 신년 청와대 업무보고 당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전문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우리자연홀딩스의 올해 행보도 수상하다. 전하술 대표는 올해 1월 한 대부업체로부터 10억 원의 어음투자상담을 진행하고 2월에 대표이사를 별도 선임하는 등 여전히 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4월 10일이 결제일로 기록된 어음가액은 10억 원, 공교롭게도 정부펀드로 매칭 받은 액수와 같다.
지난 2월 우리자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민 아무개 씨의 이력도 다소 흥미롭다. 민 씨는 서세원프로덕션, 엠비엔파트너스, 코월시스넷, 서원아이앤비 등의 대표 및 최대주주를 지냈던 인물로 앞서 언급된 회사들은 이름만 다를 뿐 뿌리가 같은 회사다. 민 씨는 증권업계에서 우회상장 과정에서 개입이 잦은 인물로 꽤 알려져 있다.
실제 그가 대표로 있었던 서원아이앤비는 2006년 유아이에너지 우회상장 경로로 사용됐다. 유아이에너지는 김대중 정부 당시 권력형 게이트의 중심에 섰던 최규선 씨가 대표를 맡은 에너지개발 회사로 이명박 정부 들어 상장폐지됐다. 유아이에너지 측은 현재까지 상장폐지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로 촉발된 이 사태의 전말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전임 대표의 부당거래 및 수십억대 대출 지급보증으로 폐업 수순에 놓인 경기친환경, 4년간 이 같은 무책임법인에 독점공급권을 제공했던 경기도농림재단, 펀드 자금 10억 원을 투자한 농식품부, 펀드 운용을 맡은 벤처캐피탈사에서도 만족스러운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검찰 수사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경기친환경 한 아무개 대표는 지난 1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직원 60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억울해하면서도 “신규사업도 해야 하는데, 우리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 것이다. 언론 때문에 망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 탓만 하지 말고 전임 대표와 우리자연홀딩스를 상대로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우리가 알아서 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우리자연홀딩스 전하술 대표는 19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50억 원 대출금 상환은 경기친환경 측과 협상 중”이라며 “허위 매출채권을 통한 대출이라는 것은 그쪽(농협과 경기친환경)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갑자기 자금 경색 등으로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2월에 선임된 민 아무개 대표에 관해서는 “투자전문가로 모셨고 각자 대표체제다. 과거 이력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