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아웃’ 협력관계 삐걱
현대차 측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2015년형(신형) 제네시스가 아닌, 2013년부터 출시된 제네시스에 대해 진동·소음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출시된 지 1년 이내 차량이 진동·소음이 많다는 지적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타이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동호회에 다수 올라와 조사해 보니 특이하게도 타이어 한쪽만 마모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차의 균형이 맞지 않아 똑바로 주행하지 않으며 진동·소음이 발생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주력 모델 중 하나”라며 “제네시스의 안전과 프리미엄 이미지, 현대차의 품질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없다”며 타이어 무상수리·교체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문제가 된 부분이 타이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대의 차량에는 수만 개의 부품이 조화를 이루는데 그 중 타이어는 차량 실내 오디오와 함께 해당 회사 로고를 박는다. 타이어에 현대·기아·쌍용 등 완성차업체의 이름이나 로고 대신 한국·금호 등 해당 타이어회사의 이름이나 로고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연상하면 쉽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타이어 제품의 문제이며 이로 인해 현대차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불만이 제기된 타이어를 무상수리·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이어 협력업체를 한국타이어에서 해외 업체로 교체할 예정이다. 2015년형 제네시스는 이미 독일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해 출시하고 있다.
이번 일로 한국타이어는 큰 타격을 받을 듯하다. 우선 타이어 무상수리·교체를 실시함에 따라 ‘품질불량’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국내 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품질이라면 최고를 자신하던 터였다. 또 현대차가 타이어 협력업체를 변경하겠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매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한국타이어의 이번 관계는 흥미롭게도 지난 연말 있었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전을 연상케 한다. 당시 현대차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막대한 이자 비용 지불과 이익 극대화 추구 탓에 자칫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를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한앤컴퍼니가 훗날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을 매각한다면 한국타이어가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줬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기술력·품질·가치 등을 훼손하지 않겠으니 현대차는 염려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한국타이어가 인수에 가세하더라도 부품 품질 관리 및 공급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해 완성차와 부품사 간 신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현대차의 염려에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품질 수준을 높이고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대차와 최선의 협력 관계를 통해 원활하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에 주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대차의 떨떠름한 표정은 가시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조현식 사장이 초등학교 동기로 평소 이런저런 사안을 논의할 만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차 입장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함께 인수한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오는 30일 열리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정기 주주총회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 한라비스테온공조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분기배당도 도입, 지금껏 1년에 한 번 실시한 배당을 1년에 네 번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주주로서 연구개발 투자보다 이익 추구를 먼저 생각할 것이라는 현대차의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그렇게 속이 좁지 않다”며 “기업과 기업 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적 감정이 있을 수 없다”며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문제와 연결시킬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그와 관련해서 우리로서는 할 말 없다”고 경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