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호텔신라
호텔신라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디패스와 ‘지분 참여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디패스 지분 44%를 1억 500만 달러(약 117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디패스의 지분 44%를 우선 인수하고, 5년 후 지분 36%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이 포함돼 있다.
향후 디패스 지분 100%를 확보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되면 호텔신라는 글로벌 순위에서 신라면세점보다 한 단계 위인 이탈리아의 월드듀티프리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된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디패스는 지난 1987년에 설립된 미주지역 중심의 면세사업자로 △면세 도매유통 △기내 면세점 △공항 및 국경지역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디패스는 대주주이자 창업자인 버나드 클리파시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5억 1,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호텔신라는 이번 디패스 인수를 통해 미주지역 등에 면세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에서 오랜 기간 도매업을 해온 디패스를 앞세워 샤넬,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와의 가격 협상도 수월해져 원가구조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디패스는 주류와 화장품과 관련해 우수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면세 사업에 있어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호텔신라가 확보한 국내외 면세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디패스 인수로 호텔신라는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공항점,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면세점, 지난해 미국 괌 국제공항,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을 연이어 오픈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롯데면세점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게 됐다.
이번 인수는 이부진 사장이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부진 사장은 그 동안 호텔신라의 내수 위주 사업 구조를 글로벌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낸 바 있다.
이에 호텔신라는 지난해 10월 마카오공항 면세 사업권을 획득했으며, 지난달에는 세계 공항 면세점 중 매출 규모가 4위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화장품, 향수 매장에서 영업을 본격 시작했다. 이 곳 면적은 5575㎡로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가운데 가장 크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