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주자 없는데 주도권은 친노가…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의원들(오른쪽 작은 사진들). 문재인 대표에 어울릴 인물임을 강조하는 등 친노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해 5월 강경파 박영선 노영민 의원이 박빙의 대결을 펼쳤던 원내대표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비주류 의원들이 다수 나서면서 다자구도가 될 전망이다. 당선 기대감이 큰 만큼 출마 준비가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진 의원만 여섯 명이다. 출마자로 꼽히는 이들은 4선의 이종걸, 3선의 박기춘 조정식 김동철 설훈 최재성 의원이다. 해당 의원들은 “이번 선거는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친노를 제외한 계파는 모두 후보 물망에 올랐다. 원내대표 준비를 오래 해온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김한길계의 지원을 받았다. 박지원계의 박기춘 의원, 손학규계인 조정식 의원,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동철 의원, 김근태(GT)계인 설훈 의원, 정세균계인 최재성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들의 투표로 선거가 진행되는 만큼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후보들은 설 연휴 전부터 계파 수장들을 만나 설득에 들어가는가 하면 화이트데이(3월 14일)에는 여성 의원들에게 사탕과 꽃다발 등을 선물하는 등 고군분투중이다. 한 후보는 벌써 원내대표실에 어떤 인사를 배치할지에 대해서도 이미 밑그림을 그려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선거의 관건은 친노의 움직임이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노 후보군이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친노가 손을 들어주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친노가 누구를 밀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 의원실 보좌관은 원내대표 후보군을 나열하던 중 “지금 친노가 A 의원을 민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강력한 라이벌로 꼽았다. A 의원은 온건파에 속하며 문 대표와도 크게 각을 세우지 않을 합리적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친노 측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 이 소문은 ‘자가발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노계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친노가 본격적으로 누구를 지지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없다. 지금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자가발전의 한 형태일 것이다. 4월부터 본격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노와의 연관관계가 없는 인사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후보들은 문 대표에 자신이 어울릴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앞서의 후보 의원 보좌관은 “친노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 많다. 우리는 문재인 지도부에서 책임분산을 할 만한 인사라고 어필할 예정이다. 지도부 입장에서도 문 대표 혼자 책임을 지고 타격을 받는 것보다 원내대표 투톱 체제로 가는 게 좋다. 원내대표 후보가 방패막이가 돼 문 대표를 돕는 구도를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친노가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박영선 의원과 박빙을 보였던 노영민 의원의 출마 움직임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계파색이 없는 한 새정치연합 초선의원은 “친노의 움직임에 대해선 아직 못 들어봤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번에 친노가 관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움직이는 순간 역풍이 분다. 선거 때 보면 정세균계 같은 경우가 끈끈하지만 친노는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 간 친분이나 선거 당시 유세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친노의 의중은 결국 ‘공천’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총선 전에 치러져 당선자가 공천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노계 의원실 보좌관은 “친노 입장에서 후보군이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은 인사들이다. 지난해 박영선 원내대표 선출 때는 상임위 이동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 부분을 두고 서로 얘기가 많이 오갔다. 지금은 그보다 강력한 공천권이 있다. 지금 후보들도 자신의 공천 때문에 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후보들은 공천을 두고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 예정자가 많지만 현재로선 ‘2강 구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기춘 의원과 설훈 의원이다.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적 결집력이 높은 계파에 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지원계이자 과거 원내대표를 한 경력이 있는 박기춘 의원은 참신성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문 대표와 각을 세우지 않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동교동계의 막내인 설훈 의원은 강경파에 속해 있다. 어느 쪽도 친노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의 친노계 의원실 보좌관은 “친노가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일 것이다. 특히 2강 구도가 될 경우 한쪽을 밀어줄 확률이 높다”며 “박기춘 의원과 설훈 의원 중 누가 더 공천에 이득을 줄지, 그때는 구체적인 말들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