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한 땅에 건설…MB정권 그림자 ‘얼씬’
강릉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2013년 페놀 유출사고가 발생한 이 공장은 현재 정화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재가동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3월 27일, <일요신문>은 강원도 강릉 옥계면에 위치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직접 찾았다. 해당 공장은 2009년 12월 당시 포스코 정준양 회장 취임 직후 강원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011년 6월 착공을 거쳐 2012년 11월 완공됐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꿈도 잠시, 제품 생산 7개월 만인 2013년 6월 제련공장에서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공장은 현재까지 기약 없는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모든 생산이 올 스톱된 상태다.
<일요신문> 취재팀이 현장을 찾았을 때, 공장 내부엔 정화시설 3개동이 아직 뼈대를 드러낸 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정화작업에 나서지 못한 셈이다. 당시 사고로 인해 청정지역을 자랑하던 옥계면은 큰 피해를 입었다. 보상 문제는 마무리 지어졌지만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향후 피해 규모와 지역의 이미지 하락은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 매각설이 퍼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강릉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 쪽으로부터 마그네슘 제련공장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아마도 포스코 내부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계열사 정리 작업과 사업 실패를 넘어 재기 불능에 가까운 공장을 정리하려는 수순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매각설의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선 좀 더 현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정화작업 기간은 7년 내외라고 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은 900억 원에 이른다. 공장을 직접 운영하는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엠텍 관계자는 “현지 공장은 포스코엠텍이 운영하지만, 실제 투자와 현재 정화작업은 포스코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현지 환경단체와 학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포스코 측의 공식입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포스코 측이 진행하고 있는 정화작업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지 않는 지하수 공법”이라며 “공장부지 지하 5~15m 사이의 오염된 진흙층은 정화할 수 없다. 사실상 정화작업을 완료해도 30~40%만 해결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포스코의 계산대로 정화작업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공장의 재가동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화작업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실제 재가동 여부와 추후 일정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포스코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결국 현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포스코의 마그네슘 제련공장 매각설은 이미 막대한 피해를 본 상황과 더불어 불확실한 사업성이 배경으로 작용한 듯했다. 다만 포스코 측은 이러한 매각설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역에 막대한 환경오염 피해를 입히고도 재기불능의 상황으로 인해,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는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최근 다시금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해당 공장은 앞서 제시한 설립 시기와 과정을 살펴봤듯,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 정준양 체제 사업 확장의 상징과 같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공장이 위치한 강릉은 현재 국회 자원외교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권 의원은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기 전,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주도했던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의 강원지역(일명 강원연대) 대표를 맡았다.
알려졌다시피 박 전 차관은 정준양 전 회장 선임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인물이다. 권성동 의원은 MB 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됐으며 2009년 18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의회에 입성했다. 앞서의 강릉시 고위 관계자는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강릉에 들어서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선진국민연대로 묶인 인적 배경이 적잖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해당 공장의 부지로 강릉 옥계는 애초부터 적합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병담 강릉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애초 포스코 측은 인근 지역에 있는 라파즈-한라시멘트공장에서 원료(백운석)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릉 옥계에 부지를 선정했으며 실제 그것을 계획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실제 원료 수급은 훨씬 먼 거리에 있는 영월에서 했다. 인근 지역 원료는 상품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따지면 부지는 영월이 더 적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도 “준비 과정에서 충분히 인근 지역 원료의 품질을 따져볼 수 있었지만, 그게 안 됐다”며 “결국 (부지 선정과 생산 계획이) 허술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2013년 발생한 페놀 유출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정 독성물질이자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페놀의 피해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의 설립과 대재앙, 그리고 재가동이 불투명해지면서 제기되고 있는 매각설 등 일련의 과정은 현재 국회와 검찰이 칼날을 겨누고 있는 정준양 포스코 체제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오버랩 될 수밖에 없다.
강릉=한병관 기자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