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방산비리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6)이 고급 군사기밀 문서를 다량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기밀문서를 컨테이너에 보관해 이른바 ‘이규태 컨테이너’가 방산비리를 규명하는 열쇠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높다.
1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차장)은 지난 3월 26일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컨테이너에서 압수한 이규태 회장의 압수물품 중에 2·3급 군사기밀문서가 다량 포함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이 확보한 압수품 중에는 군사 2급 기밀문서 등 고급 군사 기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2급 군사 기밀은 군부대 위치 및 병력·장비 현황, 군사 지도 등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고급 문서다. 이 회장이 보관하고 있던 기밀문서는 사진파일 형태로 SD(Secure Digital)카드에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군사 기밀 문서를 이 회장이 갖고 있었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문어발 인맥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합수단 역시 이 회장이 인맥을 동원해 군 관계자로부터 군사 기밀 문서를 넘겨받은 정황을 포착할 경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될 경우 파장은 거셀 전망이다. 방산업계에서 이 회장의 인맥은 유명하다. 이 회장은 1985년부터 30여 년간 무기중개업을 해오면서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관계와 군 인맥으로는 이희원 전 청와대 안보특보, 김정일 초대 방사청장,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합수단은 이 회장에 대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방부와 군, 방위사업청 내부의 공범을 찾는 쪽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달 31일 이 회장을 1100억 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