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MC대격돌-위험한 초대’ 방송장면. 왼쪽부터 이혁재 유재석 소유진 강병규 신정환. | ||
‘위험한 초대’의 호스트는 강병규 신정환 유재석 이혁재 등 네 명의 잘나가는 MC다. 게스트가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 특정 낱말을 말하거나 어떤 행동을 보이면 해당 MC에게 벌칙이 내려지는 형식이다. 세찬 물벼락이 떨어지고 의자가 뒤로 젖혀져 수영장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는 것.
벌칙이 내려지는 ‘언행’은 일상 대화 중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에 게스트가 몇 마디만 해도 MC들은 곧 물난리 속에서 방송을 하게 된다. ‘좋아요’, ‘고마워요’, ‘있어요’, ‘했어요’ 등의 말을 평소 얼마나 하는지 스스로 체크해보시라. 행동 역시 ‘머리를 젖힌다’거나 ‘머리를 만진다’, ‘손으로 입을 가린다’, ‘손사래를 친다’ 등 아무 생각 없이 할 만한 것들이다.
무심코 대화하던 중 느닷없이 물벼락을 맞거나 수영장으로 굴러떨어지는데 왜 자신이 이런 벌칙을 받는지 모르는 MC들. 그때부터 게스트의 어떤 말과 행동 때문에 벌칙을 받는지 알아내고자 MC들이 신경전을 벌인다. 일단 벌칙이 내려지는 단어와 행동을 파악한 뒤 다른 MC를 골탕먹이기 위해 이들이 게스트를 상대로 벌이는 ‘유도작전’은 압권.
지현숙 작가는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물벼락을 맞는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 같다. 또 자신은 물에 빠지는 걸 모면하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물에 빠뜨리려고 애쓰는 모습을 재밌게 여기나 보다”라며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 분석했다.
MC들 역시 물에 빠지는 걸 억울해 하지 않는다. 유재석은 “원래 남에게 당하는 캐릭터라 이미지가 더 망가지는 것도 아니고 해서 불만은 없다. 이 코너로 인해 한 단계 더 인기와 경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거 같다”고 밝히기도.
▲ 왼쪽부터 강병규, 유재석, 신정환 | ||
담당 김시규 PD는 “MC들도 물에 빠지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즐거워한다. 촬영 장소가 실내 수영장이라 안이 후끈거리기 때문에 더워서 촬영하다보면 물이 시원하게 느껴진다고 한다”며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처럼 ‘가학적’인 분위기가 아님을 설명했다. 그는 “게스트들이 처음엔 미안해하면서도 곧 재미있어 한다”며 “그보다는 게스트와 MC 간에 호흡이 안 맞아서 대화가 매끄럽게 풀리지 않을 때가 힘들다”고 고충을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시청자 반응이 뜨거웠던 게스트는 최근에 출연한 하지원과 김민정. 좀 더 거슬러 가면 김정은과 박진희가 나왔을 때 ‘재미있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많았다고 한다. 다른 게스트는 ‘MC가 다칠까’ ‘내 얘기가 재미없을까’ 신경 쓰는 데 비해 김정은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대화에 열중해서 그날 MC들이 물을 엄청나게 많이 먹어야 했다고.
작은 타이틀은 ‘위험한 초대’지만 정작 당하는 건 게스트가 아니라 초청자인 MC들. 그러나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몸 사리지 않는 MC들 덕분에 코너 제목은 ‘MC대격돌’이 될 수밖에 없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