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원칙 사이’ 소통이 필요해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서 반려 과정에서 벌어진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왼쪽)과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의 의견 충돌은 두 사람 모두에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3월 26일, 대한변협은 차한성 전 대법관이 제출한 개업신고서를 직접 반려했다. 차 전 대법관은 3월 18일, 서울변회를 통해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제출했다. 4월 2일 <일요신문>과 만난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은 “신고서 제출 이전 차 전 대법관을 직접 만나 개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분은 못하겠다고 하더라. 사건 수임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취임 이후 시종일관 전관예우 금지를 주장한 내 방침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얘기다. 본인은 억울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부득이하게 신고서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반려 과정에서 서울변회와 의견충돌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대한변협은 이에 앞서 서울변회 측에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 반려를 요구하며 서류를 내려 보냈지만, 서울변회 측은 “현재의 변호사등록규칙에 근거한다면, 서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반려할 사유가 없다”고 이를 거부했다. 결국 서울변회 측은 다시금 서류를 대한변협에 돌려보냈고, 대한변협은 차 전 대법관에 서류를 직접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1일 <일요신문>과 만난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대한변협 측의 뜻은 알겠지만, 반려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 (대한변협 측이 등록을 거부한 것에 대해)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우선 근거를 마련한 뒤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서울변회가 말하는 ‘근거’에 대해 대한변협 측도 할 말은 있다. 서울변회가 말하는 변호사등록규칙에는 근거가 미흡할지 몰라도 대한변협 회칙에서 명시돼 있는 ‘심사권’으로 충분히 반려를 논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하창우 회장은 ‘현실론’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두 수장의 이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영란법’의 위헌성을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한변협과 달리 서울변회의 김한규 회장은 앞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영란법은 개인적으로 위헌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외부에서 ‘갈등의 구도’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했다. 특히 하창우 회장은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기능이 다르다. 서울변회는 법률과 규정의 준수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한변협은 그 차원을 넘어 공익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셈”이라며 김영란법에 대한 김한규 회장의 의견에 대해서도 “김 회장 개인의 소신일 뿐, 전혀 문제없다”고 첨언했다.
<일요신문>과 만난 한 원로 변호사는 “‘원칙’을 내세우는 김한규 회장의 입장이나 ‘개혁’을 내세우는 하창우 회장의 입장이나 모두 일리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기준을 갖고 일을 해나간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다소 아쉬운 점은 두 사람 사이에서 사전에 적절한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개혁론과 원칙론’이라는 기준으로 마주한 하창우 회장과 김한규 회장은 사실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전관’이 아니다. 대형 로펌 경력도 미천하다. 각각 6수와 12수의 늦깎이 재야 변호사로서 때때로 사회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주류보단 비주류에 가까운 궤적을 그려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개성 강한 두 법조인의 이유 있는 충돌로 보고 있기도 하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