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실형을 선고받고 도망쳤던 사기범이 버젓이 TV 대역배우로 출연했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히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저녁, TV 시사프로그램을 보던 검찰수사관 A 씨는 뜻밖의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TV에 출연한 대역배우의 얼굴이 사기범의 얼굴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소속인 A 씨는 평소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형미집행자들의 사진에서 대역배우의 얼굴을 찾아냈다. 대역배우는 4년 전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도망친 장기 형미집행자 정 아무개 씨(52)와 일치했다.
정 씨는 2008년 7월 초등학교 선배와 동창을 상대로 “거래처에서 돈을 받는 대로 갚겠다”며 2억 1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2011년 8월 법원이 정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정 씨는 법정 구속되지 않은 틈을 타 그대로 도주했고, 궐석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됐다.
대역배우가 정 씨라는 사실을 확신한 수사팀은 같은 달 25일 정 씨의 거주지인 양천구의 주택가에서 잠복하다 귀가하던 그를 붙잡았다.
결국 정 씨는 TV 전파를 탄 지 나흘만인 지난달 25일 검찰에 붙들려 서울남부교도소에서 3년 동안 복역하게 됐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