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평소 친분이 있던 <천생연분>의 작가 B양에게 “야∼이거 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길길이 날뛰며 하는 말, “힘들게 대본 쓰며 프로그램 만드는 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린 대본 없이 그냥 쭈욱∼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커플 조작설’을 한방으로 일축시킨 그 작가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1년 정도 하다보니 ‘예비 커플’을 선별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보면 ‘댄스댄스’라는 코너로 오프닝을 한 다음 1라운드에서 3라운드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찍어 커플이 탄생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은 ‘댄스댄스’ 때 이미 작업의 절반이 성사된다는 것.
감수성이 풍부한 연예인들이라 그런지 상대가 주는 첫 느낌, 즉 초반 ‘필’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현란하게 춤을 추는 출연자를 카메라가 찍는 동안 그 뒤에선 수많은 커플들이 은근한 눈빛을 주고받는데 이때 심상치 않은 커플들은 끝까지 심상치 않게 가는 경우가 파다하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내숭과’나 ‘공주과’의 캐릭터는 ‘0표 클럽’으로 가는 지름길.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출연 남녀들이 인간적으로 해석을 해 ‘관리를 안해야 인기가 올라간다’는 정설이 나돌 정도다. 그래서 마른 인형처럼 예쁘게 웃고만 있는 신인들에게는 가차없이 ‘편집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 이휘재는 의외로 ‘숙맥형’이었고 유니는 ‘신중파’ 였다. | ||
연예계의 내로라하는 ‘바람둥이’로 정평이 난 이휘재는 의외로 ‘숙맥형’. 여자 출연자들이 그의 이미지만 보고 퇴짜를 세 번이나 놓는 바람에 충격에 휩싸인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렇듯 기존 이미지가 너무 강해 외면당했던 스타로는 김건모와 신동엽도 꼽혔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외면당한 이유는 너무나 있어(?) 보여서라고. 이상하게 여자출연자들이 그들 앞에만 가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마인드가 되어, 그들이 그저 한없이 높아만 보였던 것이다.
‘0표 클럽’의 회장님인 윤정수는 의외로 ‘실속형’. 예상외로 녹화가 끝나면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이 윤정수라고 하는데, 편안하고 자상한 마음 씀씀이가 방송 밖에서도 한결같아 수많은 여자 출연자들이 그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왜 ‘0표 클럽’의 회장이었냐고? 여자들이 0표를 주는 이유는 정말로 꼴 보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고, 진심으로 오래오래 보면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경우가 있는데 윤정수는 후자 쪽이었던 것.
<천생연분>을 통해 일약 스타덤으로 오른 추소영은 ‘질투의 화신형’. 추소영과 최정원은 세 번이나 커플이 될 만큼 찰떡 궁합이었으나 순간적으로 조한선의 댄스에 반한 추소영의 변심에 최정원이 상처를 받고 빈을 선택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최정원이 빈과 커플이 되면서 게임도 이기고 친해지자 카메라 밖 추소영의 질투가 무척 ‘리얼’했다고 전해진다.
그런가하면 김민종은 ‘천하통일형’. 남녀를 불문하고 역대 출연자 중 김민종의 인기는 가히 따라갈 자가 없었다. 남자들에게는 터프함으로, 여자들에게는 부드러움으로 어필한 그에게 촬영 내내 여자출연자들이 던지는 ‘추파’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파트너가 된 려원은 여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연예인들도 요즘 신세대들처럼 외모도 많이 보고, 개성도 따져 보고, 유머감각도 높이 산다. 사람 사는 곳에 예외 없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환영받지 못하고, 진실되지 않으면 외면당하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기에 떠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B양이 짐 정리를 하며 내게 말한다. “연예인도 사람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