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인맥이 대약진한 이번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에 안희정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
이번 인사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도드라진 점은 대통령 친정체제의 확립. 오랫동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인사들이 핵심요직에 전진배치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청와대 내 최대계파를 자랑하는 연대 인맥의 ‘롱런’과 고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 특히 고대의 약진 배경에는 노 대통령의 ‘동업자’인 안희정씨가 있어 새로운 관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친정체제 강화’를 꾀한 청와대 인사의 특징과 함께 청와대판 ‘연고전’을 준비하는 양 대학 출신 인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청와대는 지난 6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비서관급 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대통령의 ‘386’ 측근인사 중 하나인 천호선 의전비서관이 국정상황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전임자인 박남춘 국정상황실장은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신임 의전비서관에는 권찬호 제도개선비서관이 기용됐다.
또 새로 신설된 사법개혁비서관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가 임명됐으며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는 김진국 법무법인 ‘내일종합’ 대표변호사,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운영실장을 겸임하는 국정과제 담당 비서관에는 염태영 수원환경연구센터 소장, 시민사회수석실 사회조정2비서관에는 김준곤 법무법인 ‘삼일’ 대표변호사, 홍보수석실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에는 김현 보도지원비서관 직무대리가 각각 발탁됐다.
이번 인사는 외형상으로는 일부 청와대 비서진간의 자리 이동과 소수의 외부인사 영입에 불과했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 대통령의 ‘친정체제 확립’을 위해 청와대가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천 실장의 임명은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국정상황실은 정권 초 이광재 실장 하에서는 대통령의 일정기획은 물론 정보취합과 인사정보 관리가 모두 이뤄지던 곳이었다. 한마디로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정보와 정책의 ‘깔대기’였던 것. 그러나 관료 출신의 박남춘 실장의 등장 이후 다소 그 역할이 희석됐던 국정상황실이 ‘386실세’인 천 실장의 등장으로 다시 ‘당대의 파워’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13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이후 줄곧 노 대통령과 함께해 온 천 실장은 정부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합류한 이후 지난 2년간 참여기획, 정무기획, 의전비서관 등 네 번이나 보직을 옮길 만큼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 비서관의 역할도 관심있게 봐야할 대목이다. 박 비서관의 보직이동과 관련, 청와대는 “최근 인사수요가 많은 만큼 인사제도비서관에 ‘즉시 전력’이 필요해 내부 발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석인 인사수석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총무과장으로 일하며 노 대통령과 함께 해양수산부 조직개편 작업을 함께했던 인물로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받고 있다.
▲ 천호선 국정상황실장(왼쪽), 권찬호 의전비서관 | ||
천 실장이 빠진 자리인 의전비서관에 임명된 권찬호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행시(22회)를 거쳐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다 국가안보보좌관실에서 일했다. 정치학 박사인 그는 원만한 성격과 치밀한 일처리, 풍부한 행정 경험으로 주목을 받아왔으며 ‘드러나지 않게’ 노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왔다.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에 발탁된 것이 그 증거다.
16일 단행된 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지난 6일의 인사결과도 대통령의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의미에서는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 페이스’인 김진국 법무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안희정씨의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고 김선수 사법개혁비서관은 현정부 구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변 사무총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연대-천호선 윤태영 김만수
현 정부의 최대 학맥을 자랑해 온 ‘연대 인맥’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오른 김우식 비서실장이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한숨을 돌린 연대 인맥은 천 실장을 배출하며 이번 인사에서도 약진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캠프에서부터 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천 실장, 윤태영 제1부속실장, 김만수 부대변인 등 ‘386 실세’들이 주요 멤버. 특히 이들 세 명은 안희정, 이광재, 이호철 등 소위 ‘대선 3인방’이 청와대를 떠난 이후 386 청와대 실세를 대표하는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태영 업무혁신비서관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노 정부 초창기부터 해외언론비서관을 맡아온 윤석중 비서관 등이 모두 연세대 동문. 특히 강 비서관이 맡고 있는 업무혁신비서실은 청와대 내 모든 직원들의 업무평가를 담당하는 곳으로 인사와 연결돼 있어 그 역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고대-이병완 전해철 박남춘
청와대 고대 인맥의 중심에는 이병완 홍보수석과 전해철 민정비서관, 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과 최근 출소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 비서관은 현재 공석인 민정수석의 직무대리를 맡으며 사실상 민정수석실을 이끌고 있는 실세로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안희정씨의 변호를 맡았던 경력을 갖고 있다. 국정상황실장에서 자리를 옮긴 박남춘 비서관도 해양수산부 근무 시절부터 고대 후배인 안씨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비서관은 각종 모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고대 인맥들의 모임에도 자주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은경 민원제안비서관도 이번 인사 이후 제도개선비서관을 겸임하게 되면서 주목받는 고대 출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 환경특보와 열린우리당 환경특위위원장을 지냈다.
또한 전 비서관에 이어 안씨의 변호를 맡은 이후 최근 전격적으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된 김진국 변호사는 서울대 출신이지만 ‘안희정 사람’으로 평가되는 인사로 안씨, 전 비서관 등 고대 출신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안희정씨 출소와 함께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고대 인맥들의 약진과 관련, 여권 내에서는 “안희정 라인이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세 확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씨는 출소 이후 청와대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