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김정은 싫어한다”
지난 3월 6일 리퍼트 주한미대사 상해사건의 범인 김기종 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작은 사진은 김기종 씨를 면회한 김기백 <민족신문> 대표로 김 씨와의 대화 내용 녹음파일을 <일요신문>에 제공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다음은 김기종 씨가 김기백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대화 내용을 최대한 살리되 의미가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어휘는 생략했다.
김기백(이하 백) : 시간이 경과해선지 몸이 좀 많이 나아졌네.
김기종(이하 종) : 밥 열심히 잘 먹고 있습니다.
(중략)
백 :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자네가 의도했든 안했든 자네가 과격히 행동함으로써 민족운동 내지는 민족주의 운동, 심지어는 우리가 늘 해오던 독도지킴이 운동, 반일운동까지 오해를 받게 생겼다. (중략) 밖에서는 아직 자네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종 : 지금은 조용해졌다고.
백 : 아니, 아직도. 재판이 시작되면 또 말이 많아지겠지. 그런데 초기에 김기종이 극단적 민족주의자다, 또 테러 분자다, 혹은 막말로 정신병자다, 말이 많았단 말이야. 자네는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
종 : 우선, 걱정하지 마시고요, 진행되는 거. 당일에도 등 있는 칼로 잘못 오도가 됐던 거고. 물론 풋내기 대사, 외교 경륜도 없는 마흔 갓 넘은 애가. 세계에서 제일 전략 요충지잖아요, 그러면 오바마 대통령보다 나이 더 먹은 연상의 국무부 직원을 파견해야지, 마흔 살 먹은 애를 파견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나 싫어하거든요? 김정은 하고 똑같이 ‘NO’라는 거죠.
(중략)
백 : 심지어 북한에서는 자네를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단 말이야,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종 : 저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죠.
백 : 그렇지. 그런데 내가 볼 때 김기종이라는 사람이 극단적인 일을 저지른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김기종이 그동안 소외감을 많이 느꼈고,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와 울분,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런 스트레스와 울분이 자네 못지않아. 그렇다고 해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단 말이야. 두 번째는 자네가 균형 감각이 없다는 게 굉장히 유감이야. (중략) 북한에서는 핵실험을 수없이 하고 지들 멋대로 미사일을 시도 때도 없이 쏴버리고, 연평도 포격까지도 하는데. 그런 점도 정확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을 해야 하는데, 자네 같은 사람들은 그런 것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종북이라고 낙인찍힌다.
(중략)
백 : 내가 자네 스타일을 어느 정도알기 때문에 배후가 있거나, 공범이 있거나 그렇게는 안 봐. 내가 황 변호사(황상현 변호사)에게서 들었는데, 보도로도 봤고. 자네가 영장실질심사를 할 때 리퍼트에게 ‘미안하다, 사과하고 싶다’ 그렇게 이야기 했고, ‘한미 관계가 손상되지 않길 바란다’고 한 것이 사실인가?
종 : 예.
백 : 그러면 앞뒤가 안 맞잖아.
종 : 아니죠, 저는 분명하게 그날도 마크 리퍼트가 좀 시건방졌던 것이 충동이 됐던 것이고. 저는 그날 오신 분들에게 유인물 나눠주면서 마이크를 빼앗긴다든지 하면 현수막을 찢거나 하는, 했던 일만 벌이려 했지.
백 : 무슨 말인지는 알았어. 그런데 사람이 재수 없으면 접시물에 빠져 죽는데, 그런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이해가 안 되고. 만약에 리퍼트 대사가 죽었거나 식물인간이 됐다면, 3cm까지 깊이가 들어갔다니까.
종 : 안 그래요, (잡음 섞임) 아시잖아요. 며칠 만에 어떻게 퇴원해요.
백 : 아니 재수가 없었으면, 진짜 극단적인 일이 생겼으면 어쩔 뻔 했냐는 거야.
종 : 전혀 그런 생각 않고요. 그런 무기 들고 간 것도 아니고. 마침 제가 좀 늦게 가서 없는 자리에 가 앉았는데, (강연 시작 시각인 오전) 8시에 와야 할 리퍼트 대사가 앞에 앉아서 ‘지 아이 우리나라 말로 만들었다(리퍼트 대사는 지난 1월 태어난 아들 미들 네임으로 ‘세준’이라는 한글을 사용했다)’, ‘우리나라 말 배운다’ 그러는데 앞에서 통역 여자 놔두고 막 수다를 떠는 것이 보이는 거예요.
백 : 그렇다 하더라도, 아예 자네 소지품 가방에 칼을 일체 안 들고 가고. 막말로 백번 양보해서 계란이라도 몇 개 넣었으면 그런 일이 생기질 않았지.
종 : 그러니까 리퍼트 대사를 위해하려고 했으면 계란쪼가리 들고 가서 던졌지, 칼로 그러진 않았죠. 충동이 일어났다니까….
백 : 칼이 얼마나 위험한데.
(중략)
백 : 자네가 종로경찰서 있을 때, 헛걸음 하는 셈치고 나하고 A와 면회를 갔었는데, 실패했어. 그런데 A가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대체 구체적인 동기가 뭐냐, 제일 궁금해 한다고. 구체적인 동기가 뭐야?
종 : 구체적인 동기는 우리가 환수받기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받지 못함으로써 북한이 더 소외감을 느낀다는 거죠. 뭔 짓을, 핵실험 했다지만 (북한이) 어떤 짓을 하다보면 우리가 더 위태로운 거죠, 남한이. (중략) 우리가 우리끼리 군사훈련 꼭 해야 돼요. 그래야지 군대가 유지되는 거니까.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강국인데 왜 미국군을 불러가지고 미국군 지휘에 따라서….
백 : 그런 식의 문답은 상당한 논란이 있고. (면회) 시간이 다돼가니까, 만약에 보도가 된다면 미국 국민이나 리퍼트 대사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종 : 리퍼트 대사한테는 만나서 악수하고 “I am sorry to you” 사과하고 싶고. (미국 국민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 뭐라고 정리를 못 하겠다. 미국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백 : 리퍼트 대사가 무슨 죄가 있느냐. 여기가 무슨 중동 국가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드문 일인데.
종 :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 중동이랑 다르잖아요. 그러니 사과를 하고 싶다는 거죠.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김기종 씨에 대해 살인미수, 업무방해, 외국사절 폭행 혐의를 적용해 지난 1일 구속 기소했다. 논란이 됐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보강 수사를 할 방침이다. 김 씨에 대한 첫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23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