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감옥 보낸 YS가 정말 축사했을까
논어박물관과 대학원은 ‘인의예지 삼강오륜’의 예의를 가르치는 등 논어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을 함으로써 인성과 덕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취지로 서울 우이동의 10만㎡(3만여 평)의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었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우이동 2XX-X에서는 같은 해 4월 19일 공자 동상 제막식도 열렸다.
당시 이 행사를 주관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문기 상지대 총장이었다. 논어박물관과 대학원 조성 예정 부지도 김문기 총장 소유의 땅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김 총장 측이 지난해 4월 해당 부지 안의 6군데 음식점 등에 ‘학교를 짓겠다’는 이유로 나갈 것으로 요구하고 플래카드를 붙였다. 그 당시는 김 총장이 자신의 아들을 상지대 이사장으로 앉히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문기 상지대 총장은 논어대학원 등 설립을 추진하며 서화대전을 기획했다. 왼쪽 사진들은 그가 세운 공자 동상(위)과 행사 안내 포스터.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당시 이 행사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못 화려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축사를 쓴 것을 비롯해,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명예총재,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고문, 장기표 <뉴스바로> 발행인·대표가 자문위원장, 김기동 전 아리랑TV 사장이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식전행사 감독은 유대용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교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사학비리 1호로 김 총장을 감옥에 보냈던 김 전 대통령이 축사를 해 줬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 과시에도 박물관과 대학원 설립은 무산됐다. 앞서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그 지역은 그린벨트로 개발이 안 되는 지역이라 강북구청에서 불허 방침을 전달하면서 설립이 무산됐다”며 “김문기 총장이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차후 서울에 상지대 분교를 만들기 위해 꼼수를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문기 총장의 세 과시는 지난해 연말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한중수교 22주년 기념 중국 ‘풍중소림 무예공연단’ 공연이 열렸다. 당시 축사를 해 준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이었다.
상지대 교양학부 정대화 교수는 “지난해 ‘풍중소림’ 공연의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김문기 총장이었다. 다른 쪽은 확인이 안 됐고 김무성 대표는 축사를 써 줬다고 하더라. 하지만 중국 공자재단의 부탁을 받고 써 준 것이라고 했다. 설 위원장의 경우에도 공자재단 측에서 써 달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가 나중에 김 총장이 후원자로 있다는 것을 알고 거절했는데 축사는 나왔다”며 “결국 자기들이 그냥 지어서 쓰고 설 위원장 이름을 넣은 것이다. 김 총장은 이런 식으로 다른 단체를 내세워 축사를 당겨 오고 그러기 때문에 지난해 4월 행사의 김 전 대통령 축사도 그렇게 성사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논어박물관·대학원 설립과 관련해 상지대학교 관계자는 “김문기 총장 개인적으로 준비한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어떻게 진행 중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논어박물관·대학원 설립과 관련한 문제는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김 총장 ‘버티기’ 막후 해임 압박 비웃듯…믿는 구석 있나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 낸 현안 업무보고에서 지난 3월 상지학원에 김문기 총장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 복귀 이후 불과 7개월 만의 일로, 교육부는 처분 시한인 5월 10일까지 상지학원이 총장 해임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고 및 청문 절차를 거쳐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문기 총장은 지난 13일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들 상대의 교내 인트라넷에 담화문 형식의 글을 올려 “저는 상지대학교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바쳐 매진할 것입니다. 민주를 가장하여 사심을 채우기 위하여 또 다시 대학의 경영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세력의 시도는 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고 밝혔다.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야당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김문기 총장 해임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김문기 총장 해임을 요구하고 김 씨의 둘째아들 김길남 씨 등 4명의 이사 승인을 거부하는 한편으로 김 씨가 추천한 5명의 임원 취임을 승인했다. 이어 지난 2일엔 김 씨의 큰아들 김성남 씨 등 3명을 이사로 추가 승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은 “교육부가 김문기 총장 측과 딜을 한 것 같다. 학교 경영권을 보장해 줄 테니 총장에서 물러나라고 했을 개연성이 있다. 측근들을 압박해서 김 총장을 물러나게 하겠다는 것 같은데 이런 접근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 해임 등과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담당 사무관이 출장을 갔고 관련해 얘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상지대 총장 비서실 측에도 질의를 하고 연락처를 남겼으나 답변은 없었다.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