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도 안무섭다’ 동료 무는 상어 헐!
변호사들이 블로그에 홍보를 하거나 사건 현장을 찾아가 영업을 하는 등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앞 변호사 사무실 간판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반 블로그에 올라온 일종의 홍보글이다. 블로그나 카페에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혹은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글을 올려 홍보하는 바이럴마케팅 시장에도 변호사가 등장한 것이다. 경험담인 것처럼 작성된 것도 있고, 방문기를 통해 “신뢰가 간다”, “정말 친절하게 상담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기기도 한다. 개인의 솔직한 체험기처럼 보이지만 이런 글의 하단에는 여지없이 “이 포스팅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된 글입니다”고 적혀있다.
변호사법 제23조 2항 7호는 변호사의 업무 관련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팩스, 우편,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광고 역시 모두 불법이다. 블로그를 이용한 홍보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쯤인 셈이다.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대개 법정에서 변론을 하거나, 사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모습만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많이 다르다. 돈 나올 구멍이 있으면 다 찾아다니는 것도 요즘 변호사들이다. 사건 현장을 찾아가 ‘영업’을 한 지는 벌써 오래다. 구치소를 찾아 수감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거나, 대형사건 현장에 찾아가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설득한다.
지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에도 변호사들은 어촌 곳곳을 누비며 영업을 했다. 굵직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변호사들은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유도한다. 업계에서는 ‘찾아가는 법률 서비스’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변호사들의 생존 방책 중 하나다. 이마저도 ‘레드오션’으로 변해 낮은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내걸며 경쟁을 벌인다.
‘집사 변호사’는 예전에는 수감된 대기업 총수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요즘은 일반 수감자들까지 집사 변호사를 둔다. 변호인 접견시간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접견실을 오랜 시간 차지하며 수감자들에게 일종의 자유시간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젊은 변호사들은 집사 변호사에 대해 “특별히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흔해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구치소마다 집사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정작 진짜 필요한 사람에겐 접견실이 나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 차원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어느 정도의 폐해도 있지만 외로운 수감자들에게 말동무를 해주는 정도니 불법적인 요소는 없다. 다만 ‘조폭’ 수감자 쫓아다니며 증거인멸을 돕고, 외부인에게 중요 정보가 담긴 쪽지를 배달하는 등의 일을 하는 변호사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꼴불견’은 방송 출연에 목매는 이들이다. 각종 방송에 변호사가 패널로 나오는 토크쇼가 대거 등장하면서 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변호사다. 실제로 많은 변호사가 홈페이지나 명함에 TV 프로그램 출연 경력을 적어두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 소속 김 아무개 변호사(31)는 “방송국 PD나 작가들을 찾아 ‘방송출연을 하고 싶다’고 먼저 어필하는 몇몇 변호사들이 있다. 이해는 하지만 별로 보기 좋진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쟁시대의 찬바람은 대형 법무법인도 비켜나가지 못했다. 대기업의 의뢰 사건만 전담으로 했던 시절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소위 ‘돈 안 되는’ 사건에도 대형 법무법인이 뛰어든다. 중형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송 아무개 변호사(27)는 “요즘 이름 대면 알 만한 법무법인도 단독사건이나 이혼소송을 맡는다. 대형 법무법인이 자존심 세우던 시기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카드 3사 정보유출 사태 때는 법무법인 바른이 대형 로펌 최초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맡아 업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다수의 피해자가 제기하는 집단소송이 늘면서 ‘먹튀 변호사’도 늘고 있다. 일단 수익금을 챙기기 위해 사건에 관련된 피해자들을 모은 뒤 착수금만 받고 종적을 감추거나, 1심이 끝난 뒤 항소를 포기해버리는 식이다. 또 사건을 일단 수임해놓고 업무 처리를 대충 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의뢰인도 있다.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한 집단소송 카페에는 “진행상황이 올라오지 않아 답답하다”는 글이 올라와있다. 또 다른 개인정보유출 피해자모임 카페에는 “문의 전화를 했는데 사무장이 욕을 했다. 아무리 소액 단체 소송이라도 의뢰인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글이 달리기도 했다.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변호사들의 생존경쟁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한상훈 대변인은 “변호사가 2만 명이 넘다보니 별별 사례가 다 있다.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변협 차원에서 형사고발 조치까지 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부적절한 행동이 변호사 전체의 문제로 오인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때론 목숨도 위협 다단계 업체 변호하다 집단폭행…직업이 죄ㅠㅠ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것도 서럽지만 변호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의뢰인들이다. 사건 관계자들의 협박 전화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린치를 당하거나, 집단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일도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오히려 변호사 신세가 말이 아니다. 몇 해 전 친구 변호사의 의뢰인이 사무실에 불을 질렀다. 다행히 친구가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에 일이 벌어져 화를 면했지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측 변호를 담당했던 법무법인 사무실에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21시간 동안 점거하고, 변호사의 퇴근을 막고 시위를 했다. 또 변호사들에게 욕설, 협박 전화를 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 광주광역시에서는 변호사가 흉기 피습을 당한 일도 있었다. 판결에 불복한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아가 변호사와 사무장의 허벅지를 흉기로 찔렀다. 해당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지속적으로 행패를 부리며 수임료를 되돌려 받고, 손해배상금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에는 변호사가 법원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변호사는 다단계 업체의 변론을 맡았고, 법정을 나오다 업체 피해자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얼굴과 머리를 얻어맞았다. 이 사건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법원 내 보안시설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변호사가 법정 밖까지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서] |
아껴야 사는 변호사들 ‘로펌’ 간판 달고…공동 사무실 대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표한 변호사 한 사람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1.9건이다. 2011년 2.8건 수준을 기록했던 수치는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매해 떨어지고 있다. 한 달에 두 건도 채 안 되는 수임 건수로는 임대료, 직원 월급, 소모품비 등 부대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영화 <의뢰인>의 한 장면.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들 사이에선 비슷한 연배들을 모아 공동으로 사무실을 쓰는 게 ‘대세’다. 소규모 로펌의 적은 월급과 강한 업무 강도를 피해 별산제 로펌으로 들어가는 변호사도 많다. 법무법인 간판을 달고 공동으로 사무실을 쓰지만, 변호사별로 수입을 따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송 아무개 변호사는 “요즘은 개인 법률사무소보단 로펌이 사건을 수임하기 유리하다보니 이런 방식을 택한다. 이름만 로펌일 뿐 사실상 개인 변호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별산제 로펌으로도 직원 월급,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집을 사무실로 등록하는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사법시험을 통과한 다른 송 아무개 변호사는 “평소에는 집에서 업무를 보고, 의뢰인을 만날 땐 여러 변호사가 함께 임대한 작은 사무실을 쓰는 이들도 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인근에는 변호사 전용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소규모 혹은 가정 사무실)도 등장했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개인 책상을 둬 사무실로 제공한다. 개인 사물함과 공용 회의실을 갖췄으며, 업무에 필요한 프린터와 공용 컴퓨터를 뒀다. 월 25만~70만 원선의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라 변호사들의 문의가 많다. 소호 오피스 관계자는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고 공용공간만 사용하는 변호사도 있다.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