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대기업 계열의 7개 광고대행사에 대해 구두발주, 대금 지연지금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3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중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과징금이 12억 15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이 6억 4500만 원, 롯데그룹 대홍기획 6억 1700만 원, SK그룹 SK플래닛(5억 9900만 원), 한화그룹 한컴(2억 3700만 원), LG그룹 HS애드(2500만 원), 두산그룹 오리콤(4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들은 계약서 교부, 대금 지급 등 하도급법상 원청 사업자의 기본적인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대행사들은 광고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하도급 업체에 계약서를 줘야 하지만, 제작 중간이나 심한 경우 제작이 끝난 지 1년 이상 지나고서야 계약서를 주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특히 이들 광고대행사는 하도급대금과 선급금을 규정보다 늦게 지급하고, 이에 따른 지연이자도 주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제일기획은 185개 협력업체에 하도급금 지연이자 3억 719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업체의 경우 최대 483일까지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168개 업체는 어음결제수수료 1억 818만 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노션에 발주를 받은 한 업체는 세트제작비·인건비 등으로 얼마가 들어간다는 견적서를 내고 광고를 만들었지만, 제작이 끝난 후 견적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다시 써야 했다. 일종의 ‘단가 후려치기’ 사례였다.
심지어 광고대행사들은 광고주가 광고 내용과 대금을 확정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관행적으로 서면계약서 없이 구두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도급업체들이 계약서를 통해 법적으로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사가 원청업체의 기본적인 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광고업종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광고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