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3세 정지이 전무·2대 주주 HMM 잇단 지분 매각…영업이익 급감 속 모회사 현대엘베 매각 재추진 여부 변수

2016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HMM은 처분이익 실현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해 온 현대무벡스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HMM의 올해 반기보고서에도 현대무벡스 지분의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였으며, 이번 거래 목적은 처분이익 실현과 투자재원 확보라고 공시됐다.
현대무벡스는 올해 초 AI(인공지능)·로봇 관련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후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무벡스는 공장과 물류센터의 운반·보관 공정을 자동화하는 설비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무인이송로봇 등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현대무벡스의 주가는 올해 1월 23일 장중 5만 400원까지 오르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2025년 1월 23일 종가 대비 1145% 오른 수치다. 다만 이달(9월) 28일 종가는 2만 750원으로, 당시 최고가 대비 약 59% 하락했다.
현대그룹은 현대무벡스의 AI·로봇 기술을 부각하며 이 회사를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내세워 왔다. 그룹이 지난해 8월 18일 공개한 현대무벡스 반기 실적 보도자료에서 “현대그룹 미래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회장이 “고객 혁신과 지속가능경영의 밑거름은 과감한 디지털 혁신”이라고 강조해 왔다며 현대무벡스의 AI·로봇 기술 고도화를 현 회장의 경영전략과 연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지이 전무는 올해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했고,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도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정지이 전무는 결제일 기준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4일까지 전체 보유 지분 447만 2473주(지분 약 4%)를 장내 매도해 약 1248억 원을 확보했다. 현대무벡스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월 4일 자사의 주주환원 재원 확보를 위해 현대무벡스 900만 주를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시 기준 주가를 적용한 예상 매각대금은 약 3334억 원이다. 다만 주가가 거래계획 제출 전 기준 종가보다 30% 넘게 하락하면서 지난 7월 24일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한편 정지이 전무는 현대무벡스의 모회사이자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보유 주식을 늘렸다. 3월 매수 전 13만 7306주에서 5월 22일 기준 117만 6612주로 증가, 지분율은 3.01%가 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무벡스와 건설·남북경협 사업 계열사 현대아산 등을 거느린 그룹 핵심 계열사다.

주요주주들이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한 가운데, 회사가 제시한 향후 주주환원 방침에는 구체적인 규모와 시점이 담기지 않았다. 현대무벡스는 올해 4월 재무상태와 경영실적,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요주주들이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동안 일반주주가 기대할 추가 환원은 경영 여건에 달린 셈이다. HMM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요주주의 추가 매각 여부와 시점도 일반주주의 투자 판단에 변수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무벡스의 상반기 본업 수익성은 전년 동기보다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무벡스의 연결 매출은 175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약 96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73.5%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5.45%에서 1.46%로 낮아졌다.
업계 밖에서는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회사 총수 일가가 책임경영 의지를 행동으로 확고히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의 미래 성장축이라면 (총수 일가가) 오히려 주식을 보유하는 게 맞다”며 “재무적·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잃는 행보가 반복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매각한 주식을 다시 매입하는 등 말이 아닌 행동으로 투자 의지를 보여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현대무벡스의 2대 주주인 HMM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돼 현재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HMM의 주식 매각 등 경영상 의사결정은 현대그룹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지이 전무의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정 전무가 현대무벡스 지분을 매각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한 것은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것이자, 장기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의 안정적 성장‧발전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