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예술회관, 대한민국 國展작가 초대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전 역대 대통령상 수상작가 27명의 작품 50점을 전시하며, 이 전시회가 열리면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미술사적 의미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울산지역 전시예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전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大韓民國美術展覽會)의 약칭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순수미술인들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목적 하에 1949년 창설됐다.
변변한 문화 행사나 문화 인프라가 거의 없던 시절, 국전은 신진작가의 발굴과 육성이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전은 나라가 개최한다는 취지에서 관전(官展)이라고도 불렀으며, 관전은 국가가 보증하는 전시라는 취지에서 행사의 권위를 담보할 수 있는 반면 국가가 전시에 관여하여 문화를 정권의 문화 이데올로기 선전에 이용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제도였다.
과거 대형 전시가 별로 없던 시절에 국전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1949년 정부수립 초기 혼란기에 발족해 6.25전쟁기간 3년을 건너 뛴 이후 30년간 거의 국가적 문화축제로 입상자 발표 때가 되면 언론은 앞 다투어 입상자들을 인터뷰했으며 최고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날만은 국가적으로 중요 인물이 될 정도였다.
국전에 입상한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돈과 명예를 동시에 얻는 길이었으며 최고상을 수상한 작가에게는 외국 체류 기회도 주어져 작가들은 온 힘을 다해 한 해 동안 국전을 준비했다.
1981년까지 총 30회를 지속했지만 197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국전의 인기가 확연히 식어갔고 1982년 마침내 국전의 수명이 다해 대한민국미술대전으로 이름 변경과 운영 주체도 국가에서 민간으로 바뀌었다.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있지만 1949년 시작돼 1981년 수명을 다한 국전이 30여 년 동안 한국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전은 시대적, 역사적 산물이었고 사회의 발전 단계에 나타나는 하나의 제도였으며, 프랑스의 살롱전, 일본의 문전(文展), 한국의 국전(國展)은 모두 같은 길을 걸었으나 모든 관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화 되고 이에 대항한 새로운 공모전이 출현하고 결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도권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해 울산에서 개최하는 이번 ‘대한민국 國展작가 초대전’은 30여 년간(1949-1981) 지속돼 온 국전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마련하는 전시이다.
국전이 아카데믹한 주제와 운영상의 잡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제도였던 것은 사실이나 한국 근대미술 태동기에 활동했던 수상 작가들의 면면과 시대상, 그들의 그림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류경채, 이준, 박상옥, 박노수, 박래현, 임직순, 장리석, 강태성, 박길웅, 표승현 등 국전 최고상 수상 작가들은 당시 시대에 어울리는 참신한 작업을 했고 작가만의 확실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직접 감상하며 우리 한국미술의 30년 역사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미술교육’과 ‘관람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작품 전문해설 심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미술교육은 매일 2회씩 오전 10시, 오후 2시에 운영하며, 일반 관람객 눈높이에 맞춘 전시작품 관람해설은 매일 3회씩 오전 11시, 오후 3시와 4시에 진행된다.
문화예술회관 김광래 관장은 “해방 이후 작가들의 시대적 삶과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킨 명작들을 통해 깊은 감동과 숨결을 느껴보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며 “우리 문화예술회관은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의 문화예술 발전과 시민들의 열린 문화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성태 기자 ilyo33@ilyo.co.kr